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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연수 "20대 때, 마흔 넘어까지 연기할지 몰랐죠"
입력 2013-02-06 07:52 

배우 오연수(42)는 "'김윤석과 함께 나오니 묻어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어 "한 번도 이 영화에서 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잘 지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웃는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 이후 15년 만에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제작 영화사 거미)로 스크린에 복귀한 오연수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이뤄지는 것들에 반대하는 최해갑(김윤석)의 부인 안봉희를 연기했다. 대학 시절 운동권 출신인 봉희는 현재 평범한 엄마이자 남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간의 작품에서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나왔던 오연수는 "봉희처럼 보이고 싶었고, 가짜로 보이는 건 싫었다"고 회상했다. 완벽한 봉희가 되기 위해 살 8kg을 찌우는 노력도 했다.
"TV에서는 공백기가 없었지만, 젊은 분들이 저를 보면 생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 전화해 물어보기도 했죠. '망설일 게 뭐 있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인사드리는 건데 솔직히 어떻게 보일지 두려움도 있어요."(웃음)
연기와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김윤석과 연기한 건 좋았지만, 실제라면 해갑 같은 남편은 별로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남편이라 속이 터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해갑은 지문 날인을 거부해서 경찰서에 억류되는 건 기본이고, 강압적인 수신료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겨 집 TV조차 던져 버리는 인물이다.

"실제 해갑이 남편이라고 한다면 같이 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같은 생각과 사상으로 똑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이해는 돼요. 하지만 제가 최해갑과 같이 산다면 어려운 게 많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제가 실제로 남편에게 반기를 드는 건 아니에요."(웃음)
남편 얘기가 나온 김에 현실 세계 남편 손지창의 근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직은 사업(빵집과 이벤트 회사)에 더 관심 있고 재미있어한단다. 1990년대 인기 듀오 '더 블루'로 같이 활동했던 김민종이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재발견됐기 때문에 연기를 향한 애정과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더 높단다.
'남쪽으로 튀어'는 제작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열악한 섬 환경이 출연진과 제작진을 괴롭혔다. 임순례 감독과 다시 작업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또 섬 촬영이 있다면 "못 할 것"이라고 기겁한다. "세 군데 섬에서 찍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환경이 너무 열악했거든요. 덥기는 또 왜 그렇게 더운지…. 장난 아니었죠."
임순례 감독이 촬영을 중단하고, 하차할 뻔한 일이 있기도 했다. 오연수는 "영화가 잘 되자고 했던 충돌이었을 뿐"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며, "영화에 애정이 없었으면 그런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고 짚는다. 결국 임 감독이 복귀했고, 모두가 좋게 상황이 끝났다. 그는 "기사만 안 나왔을 뿐이지 다른 현장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오연수는 1989년인 고등학교 3학년 때 데뷔한 뒤, 임신했을 때 빼고 23년 동안 거의 현장에 있었다. 감이 떨어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익숙함을 주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엄마의 본분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제가 20대 때는 마흔 살을 넘기면 이 일을 못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네요. 너무 다행이죠. 항상 저에 대한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죠. 그 기대를 넘지는 못해도 충족은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오연수는 13일 첫 방송 되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에도 출연한다. 극 중 NSS의 신임 부국장 최민 역을 맡았다. 미국 펜타곤 출신으로, 거대 비밀조직 아이리스를 파헤치기 위해 개혁을 이끄는 인물이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작품은 처음인데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거라서 무척 기대돼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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