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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지현 "잃어버린 10년이 아픔? 계속 작품 할건데…"
입력 2013-01-31 08:46 

배우 전지현(33)에게 '잃어버린 10년'이 아픔과 상처일 것 같았다. 지난해 영화 '도둑들'을 터트리기 이전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2001)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외국에서도 활동하는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으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는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전지현은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래도 "모든 배우가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한다. 흥행이 되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한 번만 하고 말 것도 아니니 계속해서 다음 작품을 찾았다"고 웃었다.
"관객과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작품들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열심히 안 했으면 제 책임인데 전 정말 온 힘을 다했어요."
'도둑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냈고, 30일 공식 개봉한 '베를린'에서도 비중은 작은데 눈에 띈다.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북한 공작원과 남한 정보원 간 음모와 추격을 담은 첩보물 영화에서 그는 베를린 북한대사관 통역관 련정희를 연기했다. 뜻하지 않게 음모에 휘말린 남편 표종성(하정우)과 함께 추적을 당하는 인물이다. 특히 '도둑들'에서 밝고 통통 튀던 캐릭터에서, 어둡고 무거운 인물로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전지현은 "아무래도 련정희의 아픔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외롭고 아픈 과거가 있는 인물이에요. 또 남편에게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견디기 어려운 외로움이죠."
전지현은 가장 마지막으로 '베를린'에 합류했다. 제작진은 련정희 역에 급이 높은 배우 캐스팅을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둑들'의 안수현 프로듀서가 '베를린' 제작에 대해 알고 함께 촬영 중이던 전지현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전지현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련정희 역할도 약간의 수정돼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는데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북한말도 배워야 했는데 습득 능력이 빨랐다. '베를린' 배우들 가운데 자타공인 "북한말 1등"이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북한의 이미지나 사투리를 접했었는데 직접 써야 해 배우니 신선했어요. 사투리라고 하면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데 우리나라 역사와 아픔 등이 녹아 있기 때문인지 달리 보이더라고요. 사투리를 한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워지던데요?"(웃음)
액션을 소화하며 아찔한 순간도 털어놓았다. "폭염주의보가 있던 날인데 총격신에서 차에 박혀있던 폭약 파편이 얼굴에 튀었어요. 가뜩이나 힘들었는데 그런 사고가 생기니 짜증이 났죠. 티도 안 날 정도로 작았어요. 병원 갈 정도는 아니라서 참았어요."
1999년 고교 시절 드라마 '해피투게더'로 얼굴을 알리며 오랜 시간 활동을 해온 그는 인생 2막을 꼽고 싶진 않다고 했다. 할리우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블러드'(2009)나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준 '도둑들'이 자신의 배우 인생을 판가름할 어떤 지점이 되진 않는단다.
"항상 새로운 도전들과 경험을 쌓았던 거예요. 어떤 시기가 인생의 2막이었는지를 꼽고 싶진 않아요. 외국에서 활동한 건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때 외국에서 러브콜이 많아서 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한국영화가 외국에서 인지도가 떨어진 것 같아 아쉽긴 하네요."
전지현은 "배우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해서인지 내 추억과 기억을 얘기할 때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며 "남편이 대학교 때 추억을 얘기하면 난 작품을 얘기한다. 작품이 인생"이라고 웃었다.
지난해 4월 결혼한 그는 결혼도 배우 인생을 달라지게 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도둑들'과 '베를린'은 결혼 전에 선택한 작품이에요. 아직 결혼 후에 선택한 작품은 없어요. 어떤 것을 배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키스신이 작품에 들어있는 게 작품을 꺼려야 할 이유가 될까요? 남편과 시댁은 걱정보다는 제 일을 인정하고 지원해주세요."
전지현은 이번 '베를린'의 호평과 반응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분량이 적어 아쉽다"고 하면서도 "존재감만 있으면 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또 "류승완 감독의 색깔을 제대로 입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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