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지은(32)은 "편성이 치열하다"는 것에 무척이나 공감했다. 실제 아픈 경험도 있어 더 그렇다. 그의 이름을 알린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이전 그는 '미워도 다시 한 번 2009'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적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하차 했다. 이유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안 된다"는 방송국 입장 때문이었다.
일일 드라마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미니시리즈로 바뀌었고, 주인공도 다른 사람이 됐다. 오지은은 이미 몇 회 분량을 찍었는데 그 내용은 폐기처분이 됐다. 그는 "그런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마음이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주사' 한 방으로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디테일하게 나왔었어요. '이 정도로 나올 필요 있나?' 했는데 실제 작품에 들어갈 거라는 거예요. 최시원도 중국 등 외국 활동이 많은데 조율을 한다면서 저를 설득했죠. 주위에서도 '너희 둘이 나와야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출연 제의를 받는 다른 작품이 있었는데 '거절해야 하는 건가?'라고 한참 고민을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시원이까지 포함해 다 짜고 놀린 거더라고요."(웃음)
오지은은 드라마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돈만 아는 제작자 앤서니 김(김명민)과 초보 작가 이고은(정려원)의 이야기가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중반 투입이 아쉬울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내색이 없다. 그는 "PD님이 '수상한 삼형제'를 재미있게 잘 보셨다고 하시더라"며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낸 건데 받아들여서 놀랐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오지은은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체력적으로도 지쳤던 상태였다. 그런데 도도하고 까칠한 여배우이고, 또 과거 앤서니와 연인이었는데 앤서니를 좋아하는 고은을 보고 질투의 화신으로 변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게 돼 기대됐단다.
그는 "극에 긴장을 주고 또 활력을 줘야 하는 인물이라 새롭게 연기를 시작하는 느낌으로 기다리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된다면 내 캐릭터가 막장이고, 민폐를 끼쳐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 캐릭터가 욕을 먹어 속상해도 헌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주위에서 '네가 망가질 필요는 없다'며 감정을 누르라고 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오지은은 "솔직히 그 욕에 꽂혀 있었다"며 "임팩트가 있어서 온 힘을 다했는데 결국엔 나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욕하는 신을 통해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전할 수 있게 연기할까를 고민했다"며 "최시원과의 키스신에 대한 감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최시원도 이 장면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전파를 타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실제 최시원이 마늘을 먹은 건 아니냐고 하니 "실제 촬영에서는 마늘이 아니라 사탕을 많이 먹더라. 향긋한 사탕키스였다"고 수줍게 웃었다.
'드라마의 제왕'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는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는데 실제 그가 느낀 현장은 따뜻했다. 오지은은 자신을 배려한 작가의 노력에 감동했다. "한 번은 작가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앤서니가 투자받는 에피소드였는데 '지은아, 네가 많이 나오지 않는 신이야. 혹시 상처받을까 봐 전화한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동이었어요. 주변에서는 시청률이 낮았다고 기억을 하지만, 저는 현장에서 무척 사랑을 받았다고 느껴요."
오지은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얻게 해준 작품이다. 더 깨달은 게 있느냐고 물으니 "대중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톱스타 역할을 해보며 배우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는 대중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음이 많이 열렸다"며 "대중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81년생인 그는 2006년 '불량가족'로 다소 늦게 데뷔했다. 의상학,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다가 뒤늦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건 암울하니 앞으로 남은 소중한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오지은은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잘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연기의 매력을 느낀 건 대학교 실습 때 공연한 '갈매기'라는 작품에서였어요.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던데 저는 재밌었거든요. 이 작가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고, 연기를 하며 '내가 메신저가 된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로서 좋은 메신저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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