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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베를린’ 오프닝부터 놀라면 섭합니다
입력 2013-01-26 09:07 

영화 ‘베를린은 부상을 당한 듯 보이는 ‘공화국의 영웅 표종성(하정우)이 길을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냉전시대는 끝났지만 여전히 과거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거리. 냉전시대의 음산한 기운이 초반부터 관객의 관심과 긴장감을 유도한다.
집에 도착해 상처 부위를 치료하는 종성을 통해 혹독한 결투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세 시간 전, 종성은 함정에 빠졌다. 무기 거래를 위해 중동 브로커를 만났는데 성사 직전 이스라엘 첩보 조직 모사드가 들이닥쳤다. 남한의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도 이 현장을 잡으려 했지만 선수를 빼앗겼다. 간신히 옥상으로 탈출한 종성은 진수와 맞닥뜨리고, 한바탕 결투를 벌인다.
무기 거래에 실패한 종성은 아내 련정희(전지현)가 망명을 시도한다는 소식도 듣는다. 때마침 이들을 감찰한다는 목적으로 동명수(류승범)도 베를린에 나타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권력 변화가 감지되는 북한 사회. 베를린에 있는 종성과 그의 부인 련정희(전지현)에게도 여파가 있다. 정진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이들 네 사람의 삶은 엮인다.

‘베를린은 초반부터 하정우의 맨손 액션을 보여준다.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감각적인 액션 장면이라고 놀라기엔 이르다. 액션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류승완 감독은 이번에도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대세 하정우를 통해 그 자신감은 더 커진 듯하다.
무기 거래의 실패와 40억 달러의 비자금, 조국 배신이라는 키워드는 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표종성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정진수, 동명수, 련정희 등 네 명의 주요 인물들을 통해 겹겹이 쌓이고, 다양하게 확장돼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초반 이야기가 복잡하게 전해질 수 있으나, 앞의 1시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 후반부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다. 퍼즐 조각을 맞추는 재미처럼.
하정우는 유독 고생한 티가 역력하다. 달리는 차에 몸을 내던지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건 기본이다. 돌에 찍히고 유리창을 넘어 고꾸라진다. 상대의 무자비한 발길질도 감내해야 했다. 격투신, 총격전 등의 중심에 하정우가 있다. 영화는 다른 볼거리도 많지만, 하정우를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
하정우에 비해 다른 인물들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나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도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감정을 절제한 아내 정희는 슬픔과 답답함이 배어 있고, 한석규는 상사의 추궁에 욕을 먹는 인물이지만 중년의 끈기와 인내심이 돋보인다. 류승범은 특유의 눈빛과 행동, 대사로 자신만의 독특한 악역을 제대로 연기했다. 악한의 극단에 서있는 동명수는 류승범이 아니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할 정도다.
부부로 나오는 하정우와 전지현의 멜로라인이 없어 아쉽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테지만,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삶을 이보다 더 잘 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끈적했다면 이상한 스토리가 됐을 게 틀림없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도 꼽지 않을 수 없다. 쉽게 접할 수 없을 텐데 첩보원들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암호를 풀어내는 방법과 접선 방식, 섬세한 대결 액션 등이 관객을 놀라게 한다. 본 시리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류 감독은 현재로써는 속편 제작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1편에서 이렇게 엄청난 맛을 보여줬는데 다음 편이 만들어진다면 심장이 터질지 모르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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