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인생 대부분을 연기 하며 보내는데, 일상마저 제 자신을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남부럽지 않은 배경·지식에 뛰어난 미모까지. 정통의 길을 걸어온 뮤지컬 배우 콧대는 높을 것 같았다.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억지로 노화를 늦추기보단 웃는 주름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39)을 지난 17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지금도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방송이 두려워요. 그런데 제 힘으로 누군가 발전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PD도 무대에서 항상 라이브 하는 제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참여하게 됐죠”
그는 ‘위대한 탄생3 참여 이전부터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계명문화대학에서 교수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멘토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방송과 강단은 많이 달라 상처도 받았다. 처음에는 ‘강단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되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주인공인 멘티보다는 보조 역할인 멘토에게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악플에 울기도 하고, 제 개인적 삶도 많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가수는 자기 마음을 노래로 전달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악상 기호까지도 의미를 두고 계속해서 공부해야 해요. 그러면 그 노래의 깊이가 달라지고 같은 곡이라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거든요. 결국 100점이 없는 예술에서 99.999점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건데 ‘감으로만 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김소현의 재미없는 코치 방법이 시청자를 방송으로부터 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SBS에서 방송 중인 ‘K팝 스타2와 2배 이상의 시청률 차이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김소현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반짝 스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해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을 위해 멘티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예술인을 만들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놓지 않았다.
성악을 전공한 엄마를 만나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어요. 음악을 배우면서 즐거웠지만, 그 출발점엔 엄마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죠. 뮤지컬 배우가 된 것도 행운이 따른 것 같아요”
그녀는 뮤지컬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초짜일 때, 단번에 ‘오페라의 유령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웃음). ‘오페라의 유령이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 알았다면 오디션 볼 생각도 못했을 거에요”
우연한 기회에 접한 뮤지컬 무대지만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오페라 가수 대신 뮤지컬 배우 길을 걷게 됐고, 자신의 평생 반려자도 무대에서 만났다. 2001년 자신을 무대로 이끈 ‘오페라의 유령이 그 계기였다. 2010년에 또 다시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을 맡게 됐고, 그 때 상대 배우가 지금의 남편인 손준호(31)였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까마득한 후배였어요. 어떤 다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남편이 그 때 제 극중 이름인 크리스틴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할 때도 ‘아 정말 열심히 몰입해서 연기하는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김소현은 ‘오페라의 유령으로 바뀐 자신의 인생이 ‘손준호로 인해 또 한 번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탄생도 남편이 응원해주지 않았으면 도전을 안했을 것”이라며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모든 일에 신중하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을 해보고 싶다. 곧 개봉하는 뮤지컬 ‘삼총사에서 10대 소녀 역할을 맡은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7년 드라마 ‘왕과 나를 제외하고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전체 스토리를 알고, 어디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있는 뮤지컬과 달리 드라마는 뒷 내용을 모르니 너무 답답했어요. 거기서 놀라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덕분에 마음이 많이 바뀌었죠.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해보고 싶어요”
김소현은 아직도 자신의 20년전과 지금, 그리고 20년 후가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순리대로 살아가자는 신념 때문일까. 불혹(不惑)을 앞둔 김소현에게 10대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그녀가 ‘삼총사에서 맡은 10대 캐릭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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