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이동흡 청문회와 택시법, 여야의 '오월동주'
입력 2013-01-22 11:55  | 수정 2013-01-22 16:59
정치란 때로 적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적과 손을 잡기도 하는 것인가 봅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여야의 시각은 판이한 듯합니다.

어제 있었던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매달 400만 원이나 되는 특정업무경비의 사용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매세운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재천 / 민주당 의원
- "해외여행 24회, 출장 9번, 사적 경비로 함께 간 부인이 쓴 비용, 유학 송금, 대학 진학 자녀, 생활비 이렇게 쓰고 어떻게 2억 7천만 원을 남겼습니까?"

▶ 인터뷰 : 이동흡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저는 그 용도에 맞춰서 썼다고밖에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특정업무경비는 월급과는 달리 공적 업무에 쓰라고 주는 돈으로 30만 원 이상은 반드시 지출 증빙을 해야 합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6년 동안 매달 400만 원씩 모두 2억 5천여만 원을 받아 개인 통장에 넣고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적 비용으로 사적으로 사용했으니 횡령이라는 겁니다.


이 후보자는 만일 이 돈을 횡령했다면 사퇴하겠다고 맞섰지만, 어디다 썼는지 내역을 밝히라는 요구에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일등석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바꾸면서 차액을 개인적으로 가져갔다는 이른바 '항공권 깡' 의혹에 대해서도 역시 사실이면 사퇴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김도읍 / 새누리당 의원
- "소위 '항공권 깡'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후보자로서 자질이…."

▶ 인터뷰 : 이동흡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습니다."

이 후보자는 분당 아파트 위장 전임과 해외 출장 기간을 늘려 가족과 동반여행한 것, 그리고 관용차로 딸 출근시킨 의혹 등 몇 가지는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다른 의혹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뭔가 해명이 부족하는 평가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나옵니다.

지켜보는 국민은 어떤 의혹이 사실이고, 어떤 의혹이 사실이 아닌지 궁금할 뿐입니다.

여야 원내 지도부의 생각은 어떨까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1월21일)
- "그 과정서 루머폭탄 작전을 펴서 허위선전 선동하고 해명이 되고 나면 책임도 안 지고, 해명하려 하면 시간도 안 주고, 윽박지르고, 막아버리고,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고 어떻게 공정한 인사청문회가 이뤄졌나 걱정입니다."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이동흡 후보자는 부적격자입니다. 권력을 개인의 이익으로 활용한 인사입니다. 낙제입니다. 엄격하게 한정된 업무만 해야 할 정비를 개인 계좌에 넣어 개인 보험료를 지급하고 해외 송금에 넣기도 했습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견해 차이가 확연히 갈립니다.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택시법에 대한 여야의 생각은 완벽히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만든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정부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없고, 법이 시행되면 연간 1조 9천억 원 정도 재정지원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겁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부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1월22일)
- "청와대가 거부한다고 합니다. 택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도 구두로 공약했습니다. 국회의원 222명이 찬성했습니다.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했습니다. 거부권 행사는 갈등을 촉발시킬 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1월22일)
- "일단 국회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다란 생각을 합니다. 그것(정부 대체입법에 대한 의견들)을 들어 본 뒤에 최종 결정할 수 밖에 없는데, 기본 스탠스는 민주통합당이 기어코 재의결을 해야 하겠다고 요구하면 그것을 수용할 생각입니다."

중국 손자병법에는 오월동주란 말이 있습니다.

원수 관계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입니다.

대선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새누리당과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민주통합당의 관계가 꼭 오월동주와 같습니다.

물론 표와 직결된 민생과 복지 분야에 한정된 말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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