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논란은 이를 바라보는 가요계의 허탈함과 상대적 박탈감 토로의 신세한탄 수준이었다. 하지만 350여 명의 제작자들이 가입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MBC라는 거대자본 독점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논란은 증폭됐고 여기에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가수 이승철이 연제협의 공식입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과열양상까지 띄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음악제작자들과 뮤지션, 대중, 무한도전 팬덤들 사이에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만 할 뿐 이들의 갈등과 반목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정말 단순하게 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 1위를 뺏은 박명수가 미워서 일까?
연제협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사의 음원시장 진출에 대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으로 비유하며 이는 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제협은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연제협의 이 같은 주장은 대중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했다. 현재 아이돌 일색으로 가요의 질적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킨 장본인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냐는 반론이었다. 차라리 ‘무한도전의 노래들이 다양성에 더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무한도전 ‘차트성적 ‘K-팝 같은 지표로만 논의가 전개되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실 방송사가 음원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독과점에 따른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방송사는 외주제작 중심으로 콘텐츠의 유통, 배급을 위한 플랫홈으로 변화 중이다. 자본규모가 크고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의 제작권을 제한, 분산시킴으로써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고 경쟁을 통한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을 위함이다.
단순 비교 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미디어(혹은 콘텐츠 유통사)와 제작사가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이미 1940년대 유니버셜, 소니픽쳐스, 워너브라더스 등의 대형 유통사(배급사)가 제작 겸업을 금지하는 반독과점법이 시행,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의 겸업도 금지된다. 배급사가 제작까지 겸하며 산하 제작사의 배급 독점. 매니지먼트까지 겸업에 따른 캐스팅 독점, 이와 함께 출연료 인상, 작품의 질적 하락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 과거 국내 지상파 방송이 공채 탤런트를 선발하고 운용하던 것을 폐기한 것도 이 같은 콘텐츠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엄밀한 의미의 유통사는 아니지만 방송 출연을 통해 얻는 효과라는 점에서 가요 제작자들에게 방송사는 콘텐츠 유통사의 지위를 가진다. 이 같은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음원을 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것. 유통사인 롯데마트가 치킨을 직접 제작 판매하며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진열해 놓는 것과 같다. 소비자들이야 싼 가격에 치킨을 즐길 수 있으니 환영할 수 도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을 고사시켜 시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무한도전 음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실제로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가 아니다. ‘강북멋쟁이 때문에 1위 한 계단씩 밀려난 소녀시대도 백지영, 씨엔블루도 엄밀히 말하면 큰 손해가 없다. 최근 지나치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이고 이 때문에 이들 대형 기획사가 문을 닫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일도, 타격을 줄 일도 없다. 하지만 100위 밖으로 밀려나 대중들에게 노출 기회를 빼앗긴 가수들은 실제로 벼랑 끝에서 생존권을 위협 당한다. 이들은 K-팝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대게 ‘장르적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록, 힙합, 재즈, 일렉트로닉, 국악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무한도전 음원을 판매하는 방송사에서는 외면한지 오래고, 차트에서조차 밀려나며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을 보면서 배고프고 가난해 음악을 포기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대중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는 주장만 내세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