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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송민정 “6년 무명, 강박·불만족에 연기 못 즐겨”[인터뷰]
입력 2013-01-19 08:46 

대본을 보자마자 단번에 빠져들었어요. 여태껏 만난 어떤 역할보다도 가장 변화무쌍 해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마음만 앞선 시골 소녀가 가수가 되겠다고 서울에 가긴 했는데…정말 온갖 고생을 다 하는 거죠! 저도 모르게 드라마와 함께 부쩍 성숙해진 기분이에요.”
배우 송민정(26)이 6년 공백 끝에 진정한 여배우로 거듭났다.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내공이 KBS 아침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를 통해 제대로 터져버렸다. 송민정은 극 중 만복당 한약방집 둘째 딸이자 승희(황선희)의 쌍둥이 동생 홍상아 역으로 분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사랑아 사랑아는 부모세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쌍둥이가 된 이복자매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성공과 사랑을 그렸다.
송민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고 뜨거운 열정이 있는 지 깨닫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연기한 ‘상아는 승희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 버스 안내양, 가수, 미스코리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형적인 신여성으로 성장해 화려한 삶을 살지만 가슴 안은 허무함으로 꽉 차있다.
승아의 ‘짝사랑 연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겁이 많은 편이라, 실제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거든요. 누군가를 좋아해도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승아를 통해 그 절절한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캐릭터에 몰입해 가면서 애착도 커지고 욕심도 많아졌어요. 한 번은 ‘짝사랑만 하는 승아가 너무 안쓰러워 감독님께 항의 한 적도 있어요.(웃음) 제 안의 본능적인 뭔가가 깨어난 거죠.”
솔직하고 당당한 상아는 볼수록 밉상이다. 때때로 되바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걸 업둥이인 승희에게 빼앗겼다고 여겨 승희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 안에는 미워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송민정은 이 복잡한 인물을 훌륭히 소화했다.

누군가를 홀로 사랑한다는 건 외롭고 두려운 일인 것 같아요. 연기 하는 내내 참 쓸쓸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짝사랑 만 했더니 마음이 참…. 다음엔 꼭 서로 예쁘게 사랑하는 커플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도 했다. ‘새침때기 인형 같은 외모와는 달리 솔직하면서도 털털한 성격을 지닌 그였다. 말하는 데 있어 가식이나 과장이 없다.
2006년 연예계 데뷔한 송민정은 사실 올해로 8년 차. 첫 주연 작인 ‘사랑아 사랑아를 만나기까지 길고 험한 무명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 입문한 그는 앞서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 에서는 푼수끼를, ‘뱀파이어 검사에서는 섹시함을, 또 ‘신들의 만찬에서는 어리보기함을 선보이며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연기에 대한 큰 욕심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준비가 덜 된 상태라서 그런지 작품을 할 때마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따라다녔어요. 스스로 제 모습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급급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더 좋은 작품을 해야지라는 욕심에 사로잡혀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긴 작품을 하면서 정말로 마음놓고 재미있게 연기에 임했어요. 제대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그는 극 중 캐릭터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졌듯이 자신 역시 그러하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겪은 감정과, 기억, 열정이 그의 연기 의지를 제대로 일깨운 셈이다.
이젠 죽을 때까지 (연기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촬영 당시엔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이젠 하루 빨리 다른 작품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이든, 작품이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막 날개 짓을 시작한 그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타고난 외모와 지치지 않는 열정, 이젠 즐길 줄 아는 여유까지 생겼다. 배우인생의 긴 마라톤이 이제 막 시작된 가운데 그녀의 결승 지점이 기대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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