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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수억 원 배우들 출연료 건드리면 좀 그렇죠?”
입력 2013-01-16 08:37 

최근 어떤 술자리에서 한 조연 배우는 주연배우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죠. 하지만 먹고 살만하긴 해요”라며 자신의 출연료를 공개했다. 이 배우는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3개월 촬영에 3000~400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꽤 괜찮은 대우 같다고? 영화마다 편차는 크고, 배우의 ‘급에 따라 또 출연료가 다르다. 이 배우는 영화계에 그나마 얼굴이 조금 알려져 출연료가 나은 편이다.
영화계 말마따나 ‘급이 낮은 또 다른 배우는 다른 자리에서 출연료요? 에~이. 돈보다는 연기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좀 더 많은 오디션을 봐야 할 지경이에요”라고 푸념했다. 인지도가 있는 한 배우는 또 다른 술자리에서 조금 의외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했다. 돈을 얼마나 받는지는 전혀 이유가 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전혀 다른 장소에서 나눴던 대화들. 이 배우들의 푸념 혹은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 출연료, 러닝 개런티…. 혹자는 속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해야지 돈 문제를 거론하다니라고 꼬집는 이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돈 문제. 대중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배우는 일단 연기로 평가를 받는다. (외모도 영향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좋은 연기가 인기를 가져오고, 그 인기는 부를 축적한다. 그렇게 배우들은 몸값을 올려나간다. 배우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작사들은 A급 스타들을 ‘모셔가기 바쁘다. 읍소하는 때도 있고, 엄청난 출연료를 약속하기도 한다. 물론 의리로, 교통비만 받고 힘을 싣는 일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개인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은 꽤 많은 이들이 광고나 다른 부가이득을 더 고려한다. 작품이 끝나면 쪼르르 광고 혹은 화보 촬영장으로 달려가는 것. 굳이 돈 안 되는 팬미팅이나 언론 인터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연기로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들이 그렇게 많진 않다.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지난해 배우들의 출연료가 몇 차례 크게 언급됐다. 소속사 합병과정에서 톱스타 장동건의 몸값이 밝혀지기도 했고, 이병헌 등 주연배우들의 출연료가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대중은 이들이 받는 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본이 수억 원. A급 스타들은 소수긴 하지만 클래스로 한데 모으면 꽤 많다. 이들이 거액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연기력도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에서 주연배우가 작품을 살렸다는 평가도 종종 듣는다.
많은 돈을 투자해 정말 볼 만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대중에게 좋은 일이다. 출연료가 주연배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처우가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게 드라마, 영화계다.
많은 이들은 톱스타들의 출연료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 과하게 받는 경향이 많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출연료가 몰리고 있다는 건 연예계에 조금만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안다. 배우가 일부를 가져가면 나머지 돈이 제작비에 쓰인다. 한 배우가 많게는 5분의 1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한 조연배우는 우리 같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출연료”라고 부러운 눈치였고, 한 제작 관계자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A급 배우와 함께하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인정했다.
언젠가 뮤지컬에서 A급 배우가 과도한 돈이라며 출연료를 인상하지 않고 공연에 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출연 배우들 몇몇도 출연료가 과도하다며 일정 이상을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 대부분은 출연료가 과다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 등에 일침을 가한 배우들은 많지만 자신들의 출연료가 많다는 걸 언급한 이는 없었다. 이들은 밤샘 촬영과 쪽대본 등을 언급하며 스태프가 고생하고 있고 더불어 자신도 힘들다는 사실들을 쏟아냈다. 실제 다른 주연배우들보다 돈을 적게 받은 이도 있었을 테고, 또 솔직히 나부터라도 돈을 많이 주는데 출연료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 연예 관계자에게 출연료가 작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 출연료 문제를 건드리면 좀 그렇다”며 말하길 꺼려하고 불편해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를 받아야 합당한지는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다. 당연히 배우들은 몇 년 후 출연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출연료를 낮춰 스태프 등에 골고루 돈이 돌아가길 바라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면 이들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보도자료라도 많이 받았으면 한다.
최근 한 방송에서 소신발언한 배우 정준호의 말이 생각난다. 가식으로 하는 봉사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예인으로서 받은 과분한 사랑과 이미지를, 봉사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신세를 갚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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