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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감독 “박찬욱·김지운, 韓영화 맛 보여주길”
입력 2013-01-10 14:37  | 수정 2013-01-10 16:52

‘친절한 톰 아저씨의 신작 영화 ‘잭 리처가 17일 개봉한다. 10일 영화 홍보 차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 로자먼드 파이크가 한국을 찾았다.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활기찬 표정이었고, 한국은 첫 방문이라는 로자먼드 파이크는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라고 만족해했다. ‘발키리로 톰 크루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던 맥쿼리 감독 역시 들떠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톰 크루즈는 대역 없이 직접 액션신과 자동차 추격신을 촬영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운전을 직접 했고, 액션신도 현장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며 시간이 많이 걸려고, 몇 달 동안 준비를 해 이뤄낸 결과”라고 만족했다. 특히 추격신은 9대 차를 이용해 촬영했는데 8대가 완전 박살이 날 정도였다. 이런 식의 추격전을 찍는 게 내 꿈이었는데 감독과 얘기를 많이 하고 촬영을 했다”고 좋아했다.
짧은 기자회견 이후 맥쿼리 감독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더 나눴다.
▲다음은 1문1답.

-리 차일드의 소설 ‘원샷이 원작인데 어떤 매력 때문에 영화화 했는지?
일단 소설에 유머러스한 점이 있었는데 따뜻한 유머가 아니라 차가운 유머다. 거기에 끌렸다. 잭 리처의 생활방식이나 그가 기술을 거부하고 물질주의에 반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나는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좋아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했다. 다른 영화를 보게 되면 주인공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하는 게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자제하려고 했다. 또 잭 리처는 시계도 차지 않는다.
-차가운 유머라고?
주인공의 성격보다는 액션에서 볼 수 있다. 잭 리처를 처음 만나면 폭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릴 때는 효과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 싸움 장면이 많은데 잭 리처가 감정적으로도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싸우고 싶지 않다고해도 어쩔 수 없이 잔인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1대5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무자비하게 죽이는 사람도 있지만 모헙심은 없다. 이런 사람과 잭 리처가 보여주는 인물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특히 잭 리처가 억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킨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에 총을 내려놓고 주먹으로 싸우는 게 그의 감정을 궁극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리처가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빌리기도 하고 뺏어 타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유머라고 생각해 계속 보여줬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점을 강조했나?
캐릭터가 유머러스한 것도 있고,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이것을 어떻게 살릴지를 강조했다. 잭 리처가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어려웠다. 설명을 하지 않고도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도록 관객들을 유도하는 게 어려웠는데 이 부분을 강조했다.
-톰 크루즈가 감독의 의도를 따라 잘 했나?
탁월하게 수행했다. 잭 리처가 범죄 현장에 가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잭이 생각하는 장면을 시각화해서 보여준 것이다. 그 장면에서 잭 리처는 강가를 걷고 있고, 희생자가 한명씩 나타나고 죽어나간다. 잭 리처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을 생각하면 희생자는 죽어있는 장면들이다. 원작에서는 이 장면이 잭 리처가 생각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영상화하고 싶었다. 영화 다 만들고 보니 그 장면은 필요 없는 장면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또 주인공이 범죄를 떠올리며 순간순간의 장면을 생각하는데 그런 장면들을 넣어 관객을 혼란스럽고, 궁금증을 불러오게 하고 싶었는데 잘 했다.
-디지털 문명을 거부한, 아날로그적인 캐릭터의 삶은 원작에 바탕을 둔 건가?
원작에서도 서부영화 느낌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내 대사로 소화시키고 싶었다. 어렸을 때 감동 받은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서부 영화의 오마주는 아니고 내 식대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컸다. 물론 처음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다.
-잭 리처를 새로운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 의도도 있는 것인가?
요즘 영화는 프랜차이즈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잭 리처를 만들면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순간순간에 충실했다. 프랜차이즈 생각하면 방해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12년 만에 만든 영화라 기대에 걸 맞는 영화 만들기 위해서는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적고, 마초성이 은근히 강하다.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비쳐진 것 같다. 여자 변호사 헬렌은 잭 리처 원작 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을 합쳐놓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각본을 처음 썼을 때 여주인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데 한 사람만 지목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여자 변호사를 그렸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발키리 등은 뛰어난 시나리오다. 당신과 같은 대단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각본을 써야 한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쓰지 말라는 말이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관객이 이런 것을 원할 거야 하고 쓴 작품도 있지만 흥행에서는 실패했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썼을 때에는 어떤 규칙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원하는 방식대로 썼다. 몇 년이 지나서 ‘발키리 각본을 썼을 때 주변에서 조언을 했다. 나치가 주인공이고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주인공이 죽어나가는 게 관객이 교감할 수 없는 영화라고들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쓴 시나리오를 곱씹어보면 ‘발키리만 흥행했고 나머지는 흥행하지 못했다.
-미국의 총기사건이 떠올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영화가 처음 시사회를 하려고 했을 때 전날 코네티컷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있었다. 시사회를 취소했다. 미국에서 총기 소지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다. 국가적인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자유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데 논쟁의 여지가 있다. 내 생각은 총기 소지는 자유와 권리의 문제지만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 선하다고 믿고 싶다. 물론 총기 소지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다만 영화 제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영화 속에서 보여준 폭력적인 장면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영화를 보면 폭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폭력을 즐기지도 않고 숭상하지도 않는다. 항상 폭력에는 안 좋은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게 내가 폭력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박찬욱이나 김지운 감독 등이 연출한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인사한다. 어떤 반응을 얻을지 예상할 수 있나?
할리우드에서도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할리우드에도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할리우드로 건너와서 한국영화 맛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잭 리처는 여자에게 무관심하다?
그걸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잭 리처가 도덕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떠돌이다. 헬렌과 로맨스가 있을 수 있었지만 부각시킬 수 없었다. 헬렌과 잭 리처가 같이 나오는 신에서 감독으로서 톰에게 말한 건 배우로서 매력은 발산해도 좋지만, 헬렌에게는 매력을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한밤의 로맨스를 보여줄 가능성은 없으니까.
-극중 경찰과 대치하며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다가 유유히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과 합류해 경찰을 따돌린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던데 잭 리처도 소시민의 한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가?
맞다. 소시민을 대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다. 사실 버스정류장에서 서있는 사람들을 캐스팅할 때 조심스럽게 골랐다. 버스정류장에 모인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사람인데 이것을 한꺼번에 보여줄 초상이 필요했다. 서로 모르지만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정부 당국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12년 만에 영화라고 했는데 각본가가 아닌 연출자로 돌아온 이유는?
12년 만이지만 1년에 한 편씩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는 ‘더 웨이 오브 더 건이라는 작품이 마지막이었다. 굉장히 양극화된 영화였고, 흥행에 실패했다. 반상업적인 방법으로 촬영했는데 이후 아무도 연출을 맡기지 않더라. 지난 12년 동안 한 번 쓴 각본을 수정하는 작업, 다른 사람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그러다가 나만의 영화를 만들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영화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게 ‘발키리였고, 그러면서 톰크루즈와 연이 생겼다. 이어 ‘잭 리처가 탄생하게 됐다. 앞서 시나리오 작가들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말했지만,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쫓아가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꿈을 따라가긴 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5를 연출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톰 크루즈와 얘기하고 있는 초기 단계다. 그 어떤 영화보다 부담도 들고 압박을 받는다. 규모 때문만은 아니고 영화가 주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라 전작을 따라가야 하기도 하고, 장르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있다. 할리우드에서 이런 문제점을 부르는 말이 있는데 ‘하이클래스 문제(High-class problem)이라고 부른다.
‘잭 리처는 저격수에 의해 시민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체포된 용의자가 결백을 주장하며 잭 리처(톰 크루즈)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제작진과 톰 크루즈가 힘을 합쳤다. 17일 개봉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된다. 6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톰 크루즈가 지방의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직접 제안해 만들어진 자리다. 이들은 이날 부산시로부터 명예시민으로 공식 위촉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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