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
입력 2013-01-08 17:45  | 수정 2013-01-08 17:45

한국에도 저성장시대가 찾아왔다. 국민총생산이 2%이하로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처해있는 환경을 보면 산술적으로 결론이 나온다.

우리 경제는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수출 대상국들이 모두 다 저성장시대에 들어갔다. 미국, 유로지역, 일본은 합쳐서 세계 경제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유로지역과 일본은 1% 이하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미국도 2%선이다. 우리의 최대 고객인 중국도 감속 성장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우리와 달리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30%이하이다. 그리고 1인당 GDP가 4,000불 정도인 중국은 우리 경제보다 몸이 가볍기 때문에 성장률 7%선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의 입장은 중국에 비하면 훨씬 심각하다. 우리 경제는 1인당 GDP가 20,000불이 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감속 성장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한국경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방법은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데 있다. 지금까지 물건을 만들어 수출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수입국에서 환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래 가지도 못한다.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잠식하고 성장했듯이 우리 경제를 잠식하고 있는 발전도상국들의 경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우리는 질이 우수한 많은 기업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우리 교역대상국에 들어가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합작도 좋고 직접투자도 좋다. 현지에 정착할 의지를 기지고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국제신용도가 좋아서 우리 기업의 자금 코스트가 스페인이나 이태리 보다 낮다. 유로지역의 앞날을 걱정만 하고 관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들의 위기가 우리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문을 닫고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한계 기업들은 마땅히 돌아와야 한다. 앞으로 중국에 기술력과 자본을 가지고 현지에 정착하려고 들어갈 우리 기업을 도와야한다. 중국에는 막대한 내수 시장이 있고 중국의 경제 정책도 내수 시장의 계속적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의 관리형 경영인들보다 훨씬 우수한 기술과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서 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근접성은 유럽이나 미국 기업인이 넘볼 수 없는 유리한 조건을 우리 기업인들에게 줄 수 있다. 이 길이야 말로 중국과 한국의 윈-윈 경제협력 체제이다.


우리 기업의 이러한 해외 진출에 꼭 필요한 여건이 있다. 이들에게 금융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근대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박정희 대통령은 오늘 날의 재벌들에게 과감한 금융 지원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는 지금까지의 서구식 금융정책으로는 넘어설 수 없다. 황무지에 가까운 한국 산업의 현대화의 초석을 어떻게 마련했는가? 초점이 잘 맞추어진 금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던가는 우리들이 이미 경험했던 일이 아니었는가?

우리 기업을 세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우리 금융기관들은 과연 준비가 되어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 규제가 심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제적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해보지도 못했고 배울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기초지식이 좋은 은행원들이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프로젝트에 수반하는 여러 가지 리스크는 수출입은행이 덜어 주어야 한다. 은행과 기업 그리고 국책은행의 좋은 파트너십을 통해서 우리 기업은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포화상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국내 은행 역시 여기에서 새로운 해외진출 모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식견을 가진 일꾼들이 필요하다. 기업은 이러한 일꾼들을 양성해야 한다. 기업의 현지화를 위해서는 언어의 습득도 필요하거니와 해당 국가의 문화도 몸에 익혀야한다. 우리의 젊은 인력들은 이러한 분야에서 매우 빛날 수 있다. 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맡아야 할 젊은 직원들의 교육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구직자는 많으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부족한 노동력의 불균형은 오늘날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타성에 빠져있는 학교 교육을 탓하기에 앞서 기업이 젊은이들의 교육 훈련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블루오션에 뛰어 들 수 없다.

우리 기업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 취업 전선에서 고민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가도 생각해 보자.


홍병각 IGM (세계경영연구원) 고문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 겸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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