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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어려워?” 소녀시대의 딜레마
입력 2013-01-02 10:10 

소녀시대의 신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가 공개되자마자 차트 1위에 오르며 그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는 인트로 격으로 등장하는 것은 강한 힙합 비트. 하지만 본격적인 노래는 레트로 스타일의 펑키한 건반 연주와 함께 시작한다. 곡의 중반부에 전형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에 소녀시대 특유의 떼창으로 본격적인 후렴구를 만드는가 싶더니 곧 바로 전반부의 건반연주를 다시 불러 솔로 파트를 등장시키고 마지막엔 첫 테마와 두 번째 테마를 하나로 만드는 꽤 복잡한 구성을 가진다.
이 노래는 크게 ‘오 오오 예 오오 예 오를 주요 테마로 하는 첫 곡과 ‘아이 갓 어 보이 멋진, 아이 갓 어 보이 착한을 주요 테마로 하는 두 번째 곡이 매시업(Mash up, 두 곡 이상을 섞는 방식)된 노래다. 매시업은 일렉트로닉 신에서는 자연스러운 곡 작업 방식이지만 대중 음악신에서는 아직 낯선 형태임은 분병하다. 첫 반응이 ‘어렵다가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만 하고 ‘여러 곡을 이리저리 잘라 붙인 것 같다는 반응은 이 곡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다.
기실 곡이 어렵다는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크리에이티브와 독창적인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곡 세일즈의 주요 무기가 되는 뮤지션들과 달리 소녀시대의 경우 지극히 대중적인 코드의 접근이 우선순위기 때문. 대중들은 소녀시대의 노래를 단순히 따라 부르고 싶을 뿐 분석하고 연구하며 듣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소녀시대가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그들의 활동영역이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녀시대는 일본에 이어 미국 진출이라는 스텝을 밟고 있는 까닭에 미국 시장에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곡을 내놔야 한다는 당위를 가지는 까닭에 다소 의욕이 과잉된 듯 한 노래들이 나오게 되는 것. ‘더 보이즈(The boys) 역시 이 같은 부담에서 탄생한 곡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K-팝에 대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 지역에서 K-팝은 세련된 일렉트로닉 장르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남미 등에서 어필하는 K-팝의 장점은 독특하거나 신비롭다 못해 다소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의상과 무대, 뮤직비디오 연출 등 이다. 소녀시대는 이 같은 이미지의 전형에 해외 팬들에게 조차도 낯선 방식의 음악을 덧입혀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성한 것.
소녀시대의 이 같은 지향점이 국내 팬들에게는 편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보편적인 정서는 분명 아니고 비슷한 류의 음악들을 만들 만큼의 장르적 설득력도 높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팝 스타가 새로운 장르나 스타일을 가장 먼저 시도하고 유행의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크리에이티브 뿐 아니라 자본력까지 갖춰야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가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소녀시대가 가진 최대 딜레마는 대중들이 소녀시대가 제시한 새로운 대안을 능동적으로 따르겠느냐는 것이다. 귀엽고 사랑스럽던 소녀들이 대중들을 이끌겠다는 태도로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어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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