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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문’ 10년째 오글코믹, 왜 이러는 걸까요?
입력 2012-12-23 09:07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 였다.
영화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이하 가문5)이 10년 전과 똑같은, 아니 전보다 더 진부한 이야기로 스크린에 귀환했다. 10년 전 ‘영광을 되찾겠다며 정준호, 박근형, 박상욱 등 원년 멤버들이 야심차게 뭉쳤지만 뒤죽박죽 캐릭터들과 엉성한 스토리, 발전 없는 1차원적 구성의 반복으로 웃음은커녕 감동까지 절감됐다.
사실 ‘가문5의 진부함은 개봉 전부터 이미 예견돼왔던 터라 크게 놀랍진 않다. ‘가문의 영광 이후 캐스팅만 바뀌었을 뿐, 10년째 같은 방식의 웃음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출연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 질적인 발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눈높이가 부쩍 높아진 영화팬들의 구미를 맞추기엔 역부족인 것.
‘가문5는 영광을 위해 명문대 출신 엘리트 벤처 사업가 대서(정준호)를 사위로 들였던 조폭 가문 쓰리제이파의 10년 후 이야기를 그렸다. 쓰리제이파는 천직인 조폭을 청산하고 ‘장삼건설을 차려 어엿한 기업인으로서 건실한 삶을 살지만 순수혈통 삼형제가 아닌 대서가 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엄친아 불구 어딘가 어수룩한 게 친숙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대서는 10년 후 갑자기 어딘가 얄밉고 예의 없는 모습으로 변모, 아니 위장해 있다. 조폭 형님들과의 오해와 이로 인한 전쟁을 그리기 위한 지독히 1차원 적인 설정인 것. 이 어색한 설정 때문에 오히려 결말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더군다나 대서는 깊이 사랑했던 아내(김정은)을 사고로 잃었지만 그의 곁엔 어느새 새로운 여인 효정(김민정)이 있다. 두 사람의 스토리는 물론 대서가 그동안 쓰리제이파 가문과 어떤 역사를 함께 해오며 살아왔는 지는 모두 생략돼있다.
김민정은 이번 역할로 첫 코믹에 도전, 배우 개인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일지 모르나 작품 안에서는 어떤 개연성도 없는 인물이다. ‘타짜 김혜수, ‘하이킥 서민정,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등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다수의 캐릭터를 한 데 섞어놓은 패러디의 산물. 단기적인 웃음을 유발하기엔 적합하나 스토리의 개연성은 오히려 떨어뜨린다.
10년 동안 기업 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실 적응은 커녕 오히려 더 철딱서니 없게 그려진 쓰리제이파 3형제 캐릭터 설정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언젠간 대서가 회사를 몽땅 뺏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삼형제는 대서와 그의 여비서와의 동침 동영상을 억지로 편집하고 이로 인해 대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지경에까지 이른다. 대서의 새 연애를 죽일 듯이 비난하던 쓰리제이파 일가는 어느새 효정 실물을 한 번 보더니 잃어버린 딸을 되찾은 양 순식간에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상식선에서 벗어난 유치한 오해와 사건의 급진전, 급해결은 허망하다 못해 민망할 지경이다.
뿐만 아니다. 광희, 윤두준 등 신예 꽃남 스타들을 출연시켜 볼거리와 일시적인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 역시 상황 설정이 억지스럽다.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숨겨진 복선과 꼼꼼한 구성, 캐릭터 마다의 함축된 스토리가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이 모든 법칙을 무시한 채 순간의 웃음에만 집중해 감동과 여운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웃음조차 3초를 넘기기 힘들다. 화려한 눈속임에 치중하느라 결국 근본 뿌리인 ‘진정성 ‘개연성 ‘구성 문제 등을 간과한 결과다. 104분. 15세관람가. 19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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