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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반창꼬’, 한 번도 보지 못한 고수·한효주의 무한 매력
입력 2012-12-17 17:37 

배우 고수는 어둡고 무거웠다. 영화 ‘백야행, ‘초능력자, ‘고지전 등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들은 억눌려 있었다. 힘들게 삶을 지탱하고 있는 캐릭터”라는 표현을 써야 했다. 한효주 역시 비슷했다. 드라마 ‘동이, ‘영화 ‘오직 그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서 그의 삶 역시 팍팍했다. 심지어 ‘광해에서는 한 번도 활짝 웃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이 겨울을 녹여버릴 것 같은, 가슴 끓는 애절한 멜로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라고? 여기에 유쾌함까지 더해진 코미디까지 가미된 작품이라니…. 하지만 고수와 한효주라는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반창꼬는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반창꼬는 잘 생겼지만 한 성격하는 119 소방대원 강일(고수)과 예쁘지만 성격 모난 여의사 미수(한효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은 다른 듯, 또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남녀는 달달하고 애틋하게, 또 웃음도 전하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강일은 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다 부인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빠져 있다. 3년이 지난 일이지만, 자신을 버려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이를 구하지 못한 남자는 지옥 같은 삶을 견딘다. 여전히 타인을 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미수는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그 뿐이라는 듯 뺀질대고 덜렁댄다. 환자를 대충 진료하는 바람에 식물인간에 이르게 만들고, 소송까지 진행돼 의사 면허를 잃을지 모를 위기에 처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여느 멜로 영화처럼 우연에서 시작된다. 미수는 소송 준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남편이 휘두른 주먹에 부상을 당한 강일에게 진단서를 받아내 법정에서 이 남편의 폭력적 성향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부인을 잃게 될 어느 남편이 미쳐 버리지 않겠는가. 강일은 절대 미수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 그 남편을 윽박지르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미수는 소송에서 이길 목적으로 이 남자를 낚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사랑이 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너무 빤하다고? 두 사람이 사랑을 만들어낸 결과는 수많은 멜로와 같을 수 있지만, 과정은 흥미롭다. 그 재미를 놓친다면 후회할 수도 있다. 특히 고수와 한효주는 자신들을 또 다른 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듯하다.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해 새로운 사랑을 밀어내는 남자와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여자. 막무가내인 듯 하지만 솔직한 표현법으로 진심을 전하는 여자는 어느새 남자에게 끌리고 남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기훈 감독은 이 상황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욕하고 과격하게 행동하는 고수와 한효주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정 감독은 감동을 받아 눈물 흘릴 사람은 흘리고, 코믹한 에피소드에 웃을 사람은 웃으라는 듯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구애에 넘어오지 않는 강일에게 시위하듯 한강다리 위에서 자살소동을 벌여 치마가 말아 올라간 민망한 사건과 두 사람만 냉동 창고에 갇히는 일, 강일이 술집에서 간이 의자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등의 장면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냉동 창고 신을 만들려고 몇 차례 쓰러지는 미수를 그린 점 등 작위적인 설정이 있어 아쉽기도 하나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마동석과 김성오, 쥬니 등 조연 캐릭터들도 존재감을 제대로 빛낸다. 또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 인연을 함께 한 정진영과 양동근 등도 카메오로 출연해 잔재미를 준다. ‘반창꼬는 반창고를 소리 나는 형식으로 썼다. 좀 더 사람들이 많이 검색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의도적으로 표준어 규정을 무시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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