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두 사람이 겨울을 녹여버릴 것 같은, 가슴 끓는 애절한 멜로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라고? 여기에 유쾌함까지 더해진 코미디까지 가미된 작품이라니…. 하지만 고수와 한효주라는 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반창꼬는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반창꼬는 잘 생겼지만 한 성격하는 119 소방대원 강일(고수)과 예쁘지만 성격 모난 여의사 미수(한효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은 다른 듯, 또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남녀는 달달하고 애틋하게, 또 웃음도 전하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여느 멜로 영화처럼 우연에서 시작된다. 미수는 소송 준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남편이 휘두른 주먹에 부상을 당한 강일에게 진단서를 받아내 법정에서 이 남편의 폭력적 성향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부인을 잃게 될 어느 남편이 미쳐 버리지 않겠는가. 강일은 절대 미수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 그 남편을 윽박지르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미수는 소송에서 이길 목적으로 이 남자를 낚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사랑이 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너무 빤하다고? 두 사람이 사랑을 만들어낸 결과는 수많은 멜로와 같을 수 있지만, 과정은 흥미롭다. 그 재미를 놓친다면 후회할 수도 있다. 특히 고수와 한효주는 자신들을 또 다른 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듯하다.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해 새로운 사랑을 밀어내는 남자와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여자. 막무가내인 듯 하지만 솔직한 표현법으로 진심을 전하는 여자는 어느새 남자에게 끌리고 남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기훈 감독은 이 상황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욕하고 과격하게 행동하는 고수와 한효주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정 감독은 감동을 받아 눈물 흘릴 사람은 흘리고, 코믹한 에피소드에 웃을 사람은 웃으라는 듯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구애에 넘어오지 않는 강일에게 시위하듯 한강다리 위에서 자살소동을 벌여 치마가 말아 올라간 민망한 사건과 두 사람만 냉동 창고에 갇히는 일, 강일이 술집에서 간이 의자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등의 장면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냉동 창고 신을 만들려고 몇 차례 쓰러지는 미수를 그린 점 등 작위적인 설정이 있어 아쉽기도 하나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