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이승환씨 음악 안하고 뭐하나요?
입력 2012-12-10 08:07  | 수정 2012-12-10 14:10

가수 이승환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소위 ‘자의식을 갖춘 싱어송라이터 집단의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1989년 데뷔 했으니 서태지보다 3년, 윤상보다 2년 선배고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신해철 보다는 데뷔 년도로만 따지면 1년 후배지만 나이는 훨씬(?) 위다. 신해철의 ‘스승인 김태원과 동갑이니 말이다.
1989년 데뷔앨범부터 이승환은 기존의 기획사 시스템에서 탈피, 스스로 자신의 앨범을 제작한 가수다. 뮤지션으로서 이승환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웠고 이는 그의 앨범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앨범의 퀄리티에 대한 집착으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국 등 해외 뮤지션, 엔지니어들과 녹음을 시도하기도 하고 드림팩토리를 설립하며 당시에 가장 최고 사양의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아티스트로서 자의식은 대한민국 공연사에 큰 페이지를 차지한다. 국내 최장시간 공연 기록(5시간 40분)을 가지고 있고 스탠딩 공연과 ‘무적(無敵) 같은 공연 타이틀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도 이승환이다. 공중에 매달린 스크린 개폐장치 같은 공연 하드웨어 개발을 최초로 시도하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360도 와이어 플라잉을 보여준 최초의 가수기도 하다.
또 국내최초로 전문적인 공연 스태프 교육 학원 DFS를 설립한 것도 이승환이다. 현재 한국 공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학원 출신들이다. 세계최초로 A8을 공연 인이어 모니터로 사용한 사람도 이승환이고, 움직이는 풍선(ABR)을 공연에 국내최초로 도입한 것도, 와이어를 공연 연출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도 이승환이다. 심지어 대기실 케이터링과 스태프들의 공연장 내 안전모 착용을 정착시킨 것도 이승환이 처음으로 한 일이다.

공연에 스토리텔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영화 분량의 영상을 제작해 공연과 접목시킨 연출 기법을 최초로 선보인 것도 이승환이며, 물쇼 같은 지금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연출법도 이승환이 원조다.
이런 이승환은 최근 외도에 한창이다. 영화 ‘26년의 투자자로 참여하며 밤낮으로 영화 홍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 ‘26년 OST에 자신의 노래 ‘꽃을 수록하며 주변 후배, 동료 뮤지션들에게 직접 연락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하고 영화 관련 매체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영화가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학살 주범을 단죄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특히 대선 직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개봉한 까닭에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그는 주저함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잖게 들린다. 대체 음악 안하고 뭐하냐는 거다. 특히 이승환은 12월 24일 25일 부산 KBS홀, 30일 3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이승환 환니발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여는데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공연 홍보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만나는 사람마다 영화 얘기만 하고 있으니 소속사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 ‘26년 얘기에 흠뻑 취해있는 그에게 공연 얘기를 물으니 원래 스포일러 성으로 내 공연 내용 같은 거 미리 공개하는 거 없다”고 툭 말을 자르더니 지금까지 보다 훨씬 정교하고 완벽한 판타지”라는 설명을 하고 특유의 음흉한(?) 미소만 짓는다. 공연 전 체력 관리 만큼은 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연 두 세 달 전부터는 술도 마시지 않고 매일 요가도 한단다.
이승환 공연 스태프에 따르면 네 달 전부터 공연관련 회의를 시작했다. 이승환씨의 이번 공연에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들 뿐 아니라 처음 개발된 새로운 장비들과 연출기법들이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고 제작 가능여부와 무대 위에서 실연 가능 여부를 반복해 회의하는 게 그의 주요일과다. 이승환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도, 이승환의 공연을 처음 본 사람 조차도 깜짝 놀랄 내용들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어떤 내용인지는 밝힐 수 없단다.
주변사람들의 우려가 한낱 기우일 뿐인지는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분명 증언해 줄 터. 지난 12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의 크기와 상관없이 매해 자선공연 차카게 살자를 열어왔던 그의 성실함을 한번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20년 간 지켜온 ‘공연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긴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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