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 기대'에 못 미친 '안철수의 생각'
입력 2012-12-04 12:18  | 수정 2012-12-04 18:04
안철수 전 후보의 해단식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가 해단식에서 한 발언만 딱 뜯어놓고 보면, 누가 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기대했던 지지자들 예상과도 달랐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무소속 후보(12월3일)
-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부에서는 선거법 위반 문제를 고려했을 때 안 전 후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법을 보면, 안 전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문재인 후보를 지원해달라고 말하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제 해단식에서도 '나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다'는 식의 발언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왜 안철수 전 후보는 과거 사퇴기자회견문을 재인용하는데 그쳤을까요?

혹시 후보 사퇴 시 문재인 후보에게 가졌던 서운한 마음이 아직은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그래서 적극적인 지지 표시보다는 의도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지지 발언을 한 걸까요?

후보 사퇴 당시 한 발언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무소속 후보(11월23일)
- "제가 후보직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마음속 깊은 상처가 쉽게 치유되진 않겠죠?

여기다 안 전 후보는 현재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선거전을 비판했습니다.

어제 얘기를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무소속 후보(12월3일)
-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말 속에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도 포함된 것은 아닐까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오히려 많은 부분을 선거전을 비판하는데 쏟은 안철수 전 후보의 진심은 정말 뭘까요?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이 소극적 지지로 해석되자 안 캠프는 긴급회의를 갖고 문 후보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 인터뷰 : 유민영 / 안철수 캠프 대변인
- "오늘 후보께서 첫 번째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 정권교체 말한 겁니다. 어떤 조건에서도 정권교체 위해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 지지자들에게 호소를 한 겁니다. 사퇴 선언에서 나아가서 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단일후보로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 전달한 겁니다. 세 번째가 앞으로 어떻게 돕겠다는 건데 조만간 결정해서 말씀 하실 겁니다."

안철수 전 후보도 밤 9시에 트위터에 해단식에서 했던 발언을 다시 한번 올렸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가 분명하다면 왜 굳이 대변인을 통해서 해명성으로 부연 설명을 해야 할까요?

트위터에도 낮에 한 말을 재인용할 게 아니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을 쓰면 될 일 아니었을까요?

여야는 안 전 후보의 말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느라 바빴습니다.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상일 /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
- "정치 쇄신, 경제 위기 대비 등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일관되게 추구해 왔던 정책 의제입니다."

▶ 인터뷰 : 우상호 /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
-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새로운 정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반드시 정권교체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정도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는 지금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뒤지는 지지율 격차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입니다.

안 전 후보의 발언이 나오자 박근혜 캠프가 환호하고, 문재인 캠프가 침통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문뜩 궁금해집니다.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과 비난은 누구에게 쏟아질까요?

문재인 후보의 역부족을 탓할까요? 안철수 전 후보의 소극적 지지를 탓할까요?

야권 지지층은 여전히 '문재인 후보가 부족하다'고 보는 사람들과 '안철수 후보가 적극 돕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로 갈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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