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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수종 “짜장면 1004그릇, 꼭 쏘고 싶어요”
입력 2012-11-30 08:07 

짜장면 1004그릇이 생각보다 만만친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꼭 사고 싶습니다. 도와주실 거죠?”
감동 실화 영화 ‘철가방 우수씨(감독 윤학렬)로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최수종(50)이 미소띤 얼굴로 말했다. 부드러운 듯, 하지만 반짝 빛나는 눈빛에선 흥행(!)에 대한 강한 열망이 엿보였다.
‘철가방 우수씨는 중국집 배달 일을 하면서 번 월 70만원의 돈으로 남몰래 5명의 아이들을 후원하며 나눔을 몸소 실천했던 고(故) 김우수 씨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김우수 씨는 고아원 출신으로 고시원 쪽방에 살면서 중국집 배달부로 어렵게 생활해왔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어린이들을 후원해오다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서 ‘날개 없는 천사 김우수 씨로 분한 최수종을 바라보는 관객들로서는, 그를 브라운관 아닌 스크린에서 보게 됐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영화 ‘키스도 못하는 남자(1994) 이후 줄곧 드라마에만 출연해왔으니, 현재 20대 초반인 영화 주 소비층에게는 사실상 낯선 영화배우다.

18년 만이에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18년이 지난 거죠. 이전에도 영화 할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이 안 맞았는데, 이번엔 재능기부라는 명명 하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만큼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비교적 잔잔하다. 극적인 표현보다는 툭닥대며 하루하루를 사는 소시민들의 일상이 소박하게 그려졌다. 김우수 씨의 성품 또한 특별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그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마지막 순간조차도 화려하지 않게 표현됐다.
만들고자 한다면 더 극적인 설정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분의 이야기를 다큐처럼 기록하고 적어내려가다 보니 영화적인 요소가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눈물을 짜낼 수 있겠다 그런 논의를 한 적은 없어요. 그냥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생전 인터뷰를 보고 상상하며 따라가듯 연기했습니다.”
소박해서 더 감동적인 이야기. 사극 등의 드라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최수종이었기에, 김우수 씨로 분한 그의 연기 또한 보이지 않는 존재감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혹시,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답답함이 있진 않았을까.
제가 만약 ‘연기를 하려 했다면, 좀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자 하고 연기다운 연기를 하자고, 더 감정을 갖고 우는 장면을 롱 테이크로 가자 이런 식으로 요구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그게 아니었거든요.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을 뿐이에요.”
마치 김우수 씨 같은 소박한 미소를 띤 최수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둑들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천만 관객이 넘어선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온 올해는 유난히 한국 영화의 중흥기였다. 연말을 강타할 기대작들이 속속 스크린을 접수하고 나선 가운데, ‘철가방 우수씨로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최수종의 공약도 화제가 됐다.
100만 관객 돌파 시 짜장면 1004그릇 직접 배달. 스태프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돌발적인 그리고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최수종은 직접 배달하겠다고까지 말씀드렸는데, 1004 그릇을 배달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겠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래도 꼭. 짜장면 배달을 하고 싶다. 하희라 씨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둔 상태”라며 싱긋 웃었다.
남들은 천만, 몇백 만 이런 숫자를 얘기하지만, 작은 욕심이지만, 백만이라는 숫자가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라는 걸 넘어서, 이 분이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셨듯이 저 또한 아름다운 것을 전하겠다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욕심이 생기네요.”
불리한 지점은 개봉관 수, 그리고 상영 시간표다. 현재 ‘철가방 우수씨는 주로 오전, 오후 시간대 극장에 걸리고 있다. 퇴근 후 극장을 찾는 많은 성인들이 사실상 영화를 보기 힘든 여건인 셈이다.
개봉관 부분은 솔직히 아쉽죠. 많은 분들이, 심지어 배급사(CJ E&M)에서도 재능기부를 해주시는데, 이왕이면 이런 영화가 많은 개봉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반드시 어떤 감동을 주겠다, 나눔 정신을 전달하겠다는게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의 삶 속에 저런 모습도 있었다는 걸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죠.”
최수종은 그래도 주위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분들이 많이 계셔 감사하다”며 100만 공약을 넘어, 더 많은 분들에게 배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참 좋겠다”고 강조했다.
‘철가방 우수씨를 만난 뒤, 최수종의 삶에 변한 점은 없을까. ‘더 착해졌다거나 그런 변화가 없느냐 묻자 저 원래 착한데요”라고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던진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더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그냥 믿음 생활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지금은 생활 패턴 자체가 바뀌었죠.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주)대길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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