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유신의 잔재" VS "폐족의 실세"
입력 2012-11-28 10:57  | 수정 2012-11-28 17:43
어제부터 본격적인 대선 선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군소 후보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 대선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싸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렇게 전선이 명확하게 그어진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처음입니다.

1992년에는 김영삼-김대중 후보 사이에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있었고, 이회창-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97년에는 이인제 당시 국민신당 후보가 있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이회창 후보 대결 때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중립으로 남아 있었고, 지난 2007년 이명박-정동영 후보 대결 때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보수층은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고, 진보층은 안철수 후보 사퇴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세력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 치열한 구도만큼이나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면면도 너무나 다릅니다.

먼저 두 후보의 TV 광고 화면을 잠깐 보겠습니다.

<박근혜 후보 TV 광고>

<문재인 후보 TV 광고>

박근혜 후보의 광고 첫 화면은 박 후보가 지난 2006년 서울 신촌에서 유세도중 피습당한 상처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상처는 자신의 상처이자, 국민 모두의 상처라는 점을 부각했다는 게 박 후보 캠프의 설명입니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극적으로 떠나보낸 개인적 상처조차도 어쩌면 국민 모두의 상처였다는 점을 부각했는지 모릅니다.

그 상처를 딛고,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TV 광고는 민주통합당 경선 승리 다음날 문 후보의 구기동 딸 집이 무대입니다.

문 후보가 맨발로 의자에 앉아 연설문을 읽다가 잠이 든 모습, 부인 김정숙 씨가 와이셔츠를 다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침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과 같은 수많은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겠다는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지극히 평범한 서민이었던 자신이 대통령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그런 운명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어쨌든 두 후보는 서로 살아온 과거도,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도 분명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첫 공식 선거유세에서 두 후보는서로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11월27일)
- "또다시 갈등과 분열의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겠습니까?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는 준비된 미래로 가겠습니까? 지금 야당후보는 자신을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습니다.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 이념투쟁으로 날밤을 지새운 것 기억하시죠 여러분?"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노무현 프레임에 가둬두려나 봅니다.

문 후보의 등장을 실패한 정권의 부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문 후보는 박 후보를 유신의 잔재라는 틀에 묶어 두려 하고 있습니다.

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28일)
- "박근혜 후보는 과거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그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5.16 유신을 잘한 일이다, 구국의 결단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역사 인식을 하고 민주주의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주의 못하면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국민 소통 안 하는 오만 독선 불통의 리더십으로 새 정치 해낼 수 있습니까. 누가 미래세력입니까?"

보수와 진보의 대결

'유신의 잔재'와 '폐족의 실세'의 대결.

두 후보는 처음부터 서로 약점을 노려 비수를 꽂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감추고 싶은데, 서로에게는 그게 너무 잘 보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역대 어느 대선보다 이번 대선이 더 격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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