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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日 인디록 신화’ 로코프랑크 “韓 록씬 신선하다”
입력 2012-11-28 08:07 

인디(Indie)라는 말이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진정한 의미의 인디 밴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인디 음악이란 말 그대로 기존 메이저 음악 시스템 속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적인(Independent) 형태의 음악을 하는 집단들을 말하는데 우리의 경우 소규모 레이블이 있을 뿐 이들이 시스템을 벗어나 독립적인 음악을 한다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
일본의 록 밴드 로코 프랑크(locoflank)는 일본 록 음악계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다. 가장 먼저 1998년 중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키노시타 마사유키, 모리 유스케, 타츠야 세 명이 15년간 단 한차례 멤버교체도 없이 현재까지 밴드를 유지해 왔다는 점과 4장의 정규앨범과 3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매번 1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주목받는 것은 진정한 ‘인디정신을 지켜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2006년에는 자체 레이블인 ‘773Four Records를 설립, 메이저 음악시장에 편입되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지키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내에서 자신들의 베스트 앨범 ‘로코프랑코 1988~2011을 정식 발매하고 한국을 찾은 로코 프랑코를 만났다.

- 앨범 정식 발매를 기념해 홍대 클럽에서 2회 라이브 공연을 열었다. 한국에서 공연한 소감을 들려 달라. 국내 팬들과 처음 만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 지난해 10월 더스트 박스라는 팀과 함께 한국에서 한차례 공연을 한 적 있다. 당시에는 더스트 박스를 따라 온 것에 가까웠고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이번에 와 보니 한국에도 팬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즐거운 공연이었다. 일본 클럽 관객들은 곡의 박자가 빨라지면 상당히 과격해 지는데 비해 한국 팬들은 열정적이면서도 서로 다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이 순수하다고 느꼈고 그들의 눈을 보면 확실히 음악을 느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 이번 내한에서 옐로우 몬스터즈,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같은 국내 대표적인 밴드들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이들과 함께 공연한 느낌은 어땠나?
▲ 무엇보다도 밴드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 일본에서는 장르별로 각각 친한 밴드들이 한정 돼 있다. 코어를 하는 팀은 그런 팀들과어울리고 펑크를 하는 팀은 펑크 팀들 하고만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 밴드들은 장르를 떠나서 모두 친밀감이 높은 것 같다. 일종의 패미리십이라까 그런 것이 분명히 보였다. 우리에겐 신기한 모습이고 그래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런 것이 한국 음악의 힘인 것 같기도 하다.

- 국내 밴드 중에 일본에 소개해 하고 싶은 밴드가 있다면?
▲ 옐로우 몬스터즈다. 장르는 다르지만 라이브 할 때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팀인 것 같다.

- 밴드 멤버들이 직접 스스로 레이블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됐나?
▲ 예전엔 거의 드문 케이스였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 레이블을 설립해 활동하는 밴드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는 하이 스텐다드라는 펑크밴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하이 스탠다드는 자신들의 레이블을 성공시키며 멋진 후배 밴드들까지 많이 그 레이블을 통해 데뷔 시켰는데, 일본에서는 그들의 레이블 로고만으로도 앨범이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해오며 우리만의 레이블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일본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사실 인디 씬에서 성공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 레이블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 물론 일본에서도 메이저 레이블로 들어가서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는 것은 유명해지는 빠른 길이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런 음악을 만들어 봐라는 식의 명령을 듣는 게 너무 힘든 게 솔직한 이유다. 우리 자신들이 주인이 되고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해서 유명해 지고 싶었다.

- 자신들의 방식대로 성공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일단 일본 밴드들은 일본 안에서 성공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전국 투어를 다니며 공연을 하고 인지도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외국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방식에도 오래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노래를 영어로 부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아이튠즈 같은 글로벌 유통망이 발달해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본다.

- 그런 일본 밴드들의 분위기에 비해 로코 프랑크는 한국에도 오고 해외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부터 해서 우리는 해외에 많이 나가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 미국이나 유럽 투어도 다녀왔고 대만 공연도 자주 가는 편이다.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단독공연을 해보고 싶다. 단독공연을 할 기회가 생기면 한국어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

- 한국 K-팝 가수들이 일본에 활발히 진출하고 활동하고 있다.
▲ 카라, 소녀시대 같은 팀들을 잘 알고 있다.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얘기하면 물론 한국여성들이 예쁘긴 하지만 K-팝 가수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면서 일본사람들에게 한국 여성들은 다 저런 미인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웃음)

- 무엇보다도 멤버 교체 없이 15년 씩이나 팀을 유지해온 비결이 궁금하다. 사실 뮤지션들이 음악적 성향이나 성격 등의 이유로 팀을 해체하고 다른 팀을 결성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이렇게 15년을 함께 하다 보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사실 진짜 힘들었다. 밴드도 사람이 하는거니 해체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세 명이서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하면서 서로 생각의 차이도 많이 발견했고 그러는 동안 해체 직전까지 간적도 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고 같이 음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배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같은 것 같다. 또 15년을 함께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과 사람이라는 걸 배웠다. 우리는 서로에게 음악이기도 하지만 친구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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