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은 조 감독이 원래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써놓았던 묵은 작품이다. ‘소년이 아니라 ‘소녀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조 감독은 창고에 쳐 박혀 있던 이야기를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를 만나 몇 차례의 수정과 수정을 반복해 ‘늑대소년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나 ‘남매의 집을 보고 조성희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남매의 집은 제8회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받은 영화. 이 영화를 본 김 대표는 조 감독에게 바로 전화를 돌렸고, 그를 잡는 행운을 누렸다. 김 대표는 벌써 다음 작품을 같이 하기로 계약했다.
독특한 소재와 영화적 감성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울릴 것을 알았다”는 김 대표는 사실 좀 더 멜로적인 감성을 넣길 희망했다. 다행이었던 건 ‘곤조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조 감독이 김 대표의 말을 듣고 더 발전적인 영화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음란서생, ‘추격자, ‘작전, ‘혈투를 만들었던 김 대표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작품”이라고 꼽았다. 앞서 비단길은 전작이 투자자들끼리 싸우는 문제 등 순조롭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주연배우 캐스팅도 쉽지만은 않았다. 송중기는 처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고사했었다. 제작사와 감독이 원하는 배우들이 쉽게 선택할 만한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송중기는 몇 차례 돌고 돌아온 시나리오를 다시 보고 운명 같이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다.
사실 송중기는 ‘늑대소년의 캐스팅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송중기가 캐스팅 된 뒤 1순위로 생각했던 다른 배우가 출연하고 싶다고 수차례 연락을 해왔지만 번복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캐스팅이었다는 평가다.
‘늑대소년은 인기리에 끝난 KBS 2TV 드라마 ‘착한남자의 흥행 덕도 봤다. 비단길은 영화가 오픈되기 전, 홍보가 잘 되지를 않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착한남자의 인기가 치솟자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 간다”고 할 정도로 홍보가 됐다. 물론 어린 이미지에서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한 송중기가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특히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상당히 많은 여성관객들이 울컥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반면 SNS나 각종 게시판에는 남성 관객들의 욕과 말도 안 된다”는 평가가 꽤 됐다. 그럼에도 남성 관객들은 여성들의 손에 이끌려 영화관을 찾았다. 그리고 송중기와 비교되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경험해야 하기도 했다.
이날 송중기와 박보영은 500만 관객을 넘을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좋아했다. 전작 ‘건축학개론에 이어 ‘늑대소년에서도 나쁜 역할을 맡은 유연석은 나쁜 역할들로 나온 영화들만 흥행이 잘 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