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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범죄소년’ 미혼모 이정현에 신선한 충격+α
입력 2012-11-21 17:31 

16살 소년 지구(서영주)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효승(이정현)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엄마가 없는 동안 병든 할아버지와 위태로운 삶을 살았던 지구는 ‘범죄소년(범죄를 저지른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이 됐다. 특수절도 및 강도상해죄를 저지른 지구는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소년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지구는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갔지만 16년 만에 엄마라는 사람이 소년원에 있는 지구를 찾아온다. 고등학생 때 지구를 낳고 제 길을 살았던 엄마. 지구는 혼란스럽지만 엄마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살아온 엄마는 부유하지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숨쉬기도 힘든 삶을 살게 된 소년과 엄마. 어렵게 하나의 가족을 이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범죄소년(감독 강이관)에서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년은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르지만 기회는 아직 있다. 감독의 의도는 희망으로 기울어진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 맺기에 서툰 두 사람을 통해 이들을 범죄자라고 낙인찍지 말자고 말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늘진 우리사회 속 빈곤과 범죄의 도돌이표(알고보니 효승도 전과자였다). 그 중심에서 엄마와 아들은 불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불행 속에 행복함도 상존한다. 결국 두 사람은 만났으니까.
인물 간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점을 특기할 만하다. 오랜 시간 떨어져있던 엄마와 아들 간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갈등들. 여기에 지구가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밝기만 하던 엄마가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은 포인트다. 아들을 통해 자신을 미혼모로 만들었던 남자를 떠올리고, 다시 아들을 버리게 되면서 모자의 고통은 아프게 느껴진다. 감독은 이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측은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다시 효승이 지구를 찾을 때 안타까움을 주는 효과를 낸다.

아들보다 더 아이 같은 엄마지만 모성애 가득한 어미를 연기한 이정현의 힘이 영화의 맛을 더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화를 내기보다 밝게 웃으면서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는 엄마. 자기보다 어린 후배의 집에 얹혀살 수 있게 된 이유였다. 근근이 먹고 살 수 있게 된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자살을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고 세월을 견딘 엄마는 어느새 어른이 됐다. 아직 지구는 철없는 아이지만 그도 언젠간 어른이 될 거다. 그때 아마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아 입양을 보낸 아이를 찾아 나서지 않을까.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서영주는 향후 주목해야 할 배우임에 틀림없다. 12년 만에 미혼모로 정식 스크린 복귀에 나선 이정현의 새로운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107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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