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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26년’ 진구의 응답하라 1980
입력 2012-11-21 08:07 

배우 진구에게 1980년 5월, 전라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술술 풀어놓을 것 같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에서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는 조직폭력배 곽진배를 연기한 그는 이 영화와 장장 4년을 함께 했다.
진구는 ‘26년(처음 제목은 29년이었다)의 프리프로덕션부터 참여했다. 제작 무산과 재개가 반복되는 과정의 중심에 놓여 있던 배우다. 4년 전부터 너무나 참여하고 싶었던 이 영화가 자꾸 제작이 지연됐을 때 아쉬움이 많았다”는 그는 20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집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직도 개봉이 눈앞에 있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정치 외압으로 제작 투자가 철회되고, 배우들과 감독도 하차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중앙행정부서가 허가하지 않아 촬영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구는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를 세상에 내보내게 된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와 비슷할 만큼 기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격양돼 있지 않았다.
그는 다른 작품과 다른 느낌인 건 분명하지만 큰 흥행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좀 더 분명하게 얘기하자면 기대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했다. 진구는 음식점에 걸려있는 주인공 4인방(진구, 한혜진, 배수빈, 임슬옹)이 담긴 ‘26년 포스터를 가리키며 4년 전이었다면 아마 기대감도 드러내고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다고 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연기가 많이 기억이 난다”며 내 역할은 잘 보이지 않는 듯하다. 무뎌져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마음속에 바라고 정한 흥행 숫자도 있긴 하지만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선뜻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애착과 열정은 절대 무뎌지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곽진배가 너무 되고 싶었던 그는 지난 여름 오른쪽 눈썹 위부터 볼까지 흉터 자국 분장을 유지하고 살았다. 그 결과 그 흉터만 빼고 얼굴이 검게 탔고, 아직까지 눈썹 일부분이 없다.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인정 받아온 진구답다. 영화 ‘마더에서 포스터에 이름도 나오지 않았건만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던 배우가 아니던가. 재밌는 건 제대로 된 연기력을 선보였던 진구가 ‘마더와 ‘26년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던 시점이 거의 같다는 점이다. 묵혀왔던 그의 연기력을 또 한 번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크다.
사설 경호업체 실장 김주안에서 조직폭력배 곽진배로 역할은 바뀌었지만 배우로 살면서 이렇게까지 대본을 너덜너덜하게 만든 적은 없단다. 자기가 맡은 배역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와 당시 상황을 섭렵했다.
진구는 출연계약을 했는데 영화사에서 정말 방대한 자료를 줘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기억했다. 한동안 중단되고 제작이 재개됐을 때 제작사에서 다른 자료를 건네줬는데 그 전 자료와는 또 다른 내용이었다”며 ‘아니, 또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놀라며 자료를 분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6년에 대해 교육적 차원에서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했다. ‘남영동 1985를 보고 답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는 영화를 보고 답답함이 아니라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26년 역시 또 다른 미안함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진구의 표현을 빌자면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하는 역사적 사실”이 담겼다. 솔직히 1980년 5월의 일을 잘 알지 못했다는 80년 7월생 진구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나누고 싶어 했다.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다. 다수의 사람들이 소액을 기부해 제작비를 충당한 소셜필름메이킹 작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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