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 '안철수 요구' 통 크게 수용할까?
입력 2012-11-16 11:58  | 수정 2012-11-16 16:43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 단일화 갈등이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으레 발생하는 파열음이겠거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태가 자칫 심각한 국면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먼저 오늘 아침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어제 문재인 후보는 잘못된 것 있으면 사과한다고 했습니다. 그 진심을 믿습니다. 국민은 진정 하나 된 단일화를 원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 대 전환을 이끌어 주기 바랍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주십시오. 전국 민주당 당원께 새 정치 자긍심 만들어 달라고 해 주십시오. 이제 문 후보께서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실 때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실질적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문 후보께서도 당연히 저와 같은 뜻이리라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확고한 당 혁신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서 새 정치 실현과 얼마 남지 은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사태가 불거진 이후 두 차례나 안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거듭 사과했습니다.

어제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15일)
- "모르겠다. 모르겠고 우선 단일화 협상 과정이 늘 순탄하기만 하겠습니까? 중간 곳곳에 암초는 있기 마련인데 어찌 됐든 모이자마자 중단되는 모습 보여서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부산에 내려와 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상황을 다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혹여라도 우리 쪽의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또는 불편하게 한 그런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테니까 다시 또 단일화 협의를 해 나가자는 말씀을 안철수 후보 측께 드리고 싶습니다. 또 물밑으로도 이 대화를 다시 재기하기 위한 협의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금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 후보가 거듭 사과하고 화를 풀어달라고 했지만 안 후보는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론들과 연쇄 인터뷰를 통해 '실망했다'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무엇일까요?

무엇이 안 후보의 마음을 이토록 상하게 한 걸까요?

혹시 문재인 후보가 '혹여라도 ~ 있다면, 사과한다'는 가정형 화법을 쓰고, 우상호 단장이 '오해'라고 말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걸까요?

안 후보의 말을 들어보면, 문재인 후보의 사과 진정성은 믿지만, 여전히 문 후보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 뿐이 아니라, 직접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실천으로 옮기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해질 줄 몰랐던 민주통합당은 당내 인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채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억울하다', '도대체 안 후보가 원하는 게 뭐냐'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던 전날 분위기와 180도 달라졌습니다.

안 캠프는 이제 공이 문재인 후보에게 넘어갔다고 말합니다.

문 후보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주면 바로 만나자고 제안까지 했습니다.

문재인후보는 일단 만나자는 안 후보의 제안을 환영했습니다.

그렇다면, 안 후보가 만남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책임 있는 조치도 통 크게 수용할 수 있다는 걸까요?

당과 조직이라는 막강한 이점을 스스로 포기하고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게 당과 조직을 포기하고 단일화 협상을 했다가 혹여 후보직을 안 후보에게 넘겨주기라도 하면 당원의 반발과 비난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안 후보가 협상을 깰 수도, 또 계속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줄 알았더니, 이제는 문재인 후보가 사면초가에 몰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재인 후보의 통 큰 결단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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