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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상현 “아버지 부동산 사기, 전재산 날렸지만…”
입력 2012-11-15 15:25  | 수정 2012-11-16 06:40

제대로 연기를 하기까지 오래 돌아왔다. 가수를 꿈꾸던 배우 윤상현(39)은 이제 다양한 계층에서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겸비한 배우.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로 인해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그는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솔직히 연기에 관심이 없었어요. 연기를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죠. 이전 소속사에서 가수를 준비하다 함께 했던 친구들의 성향이 다 달라서 밴드를 결성 못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 대본이 들어와 2005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 출연했죠.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를 하던 때였어요.”
윤상현은 연기와 인연을 맺게 된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불꽃놀이, ‘독신천하까지 잇따라 세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그 세 작품은 진심으로 연기한 게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때까지도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단다. 그토록 원하던 가수도 되지 못했고, 하기 싫은 연기를 해야할 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부동산 사기를 당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집안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반신불수가 되신 아버지가 말씀도 잘 못하게 되셨죠. 이전 소속사에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고 통보를 했었는데 다시 할 수밖에 없었어요. 통장에 잔액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죠. 전재산을 땅 때문에 날린 거예요. 집도 담보 잡혔고, 거리에 나 앉게 생겼죠. 그 상황에서 할 수 없이 연기를 해야 했는데 마침 들어온 게 ‘겨울새였어요.”
윤상현은 ‘겨울새가 당시 자신의 상황에서 간절한 동시에,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했고 진짜 연기자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꼽았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에만 몰입했다”며 아무도 안 만났다. 대본을 차에 싣고 다니며 산에 가서 대본을 외웠고, 운동하고 집에 오고 몇 개월 동안 바른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가 실수를 하셔서 그렇게 되셨지만 그게 내게는 기회가 됐다”며 집중력을 갖고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렸을 때 누나와 여동생만 유독 챙긴 아버지가 밉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 때문에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고 웃었다.

안타까운 가정사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에게서 진지함과 유쾌함이 동시에 배어나는 연기를 하는 비결을 알 것만 같다. 윤상현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로 특히 사랑을 많이 받았다. 유독 밝아 보이는 캐릭터가 그의 매력이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음치클리닉에서도 비슷하다. 짝사랑하는 남자(최진혁)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음치에서 탈출하려는 여자(박하선)와 그 여자를 도와주려다 엉겁결에 애정전선에 합류하게 되는 음치클리닉 스타강사(윤상현)의 스토리를 그린 코미디다.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을 법한데 스크린 데뷔작에서도 왜 다시 유쾌한 코미디를 선택했을까. 코믹한 배우로 낙인 찍혀서 ‘멜로나 스릴러를 하면 못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영화 쪽으로 넘어오며 나란 배우를 어떻게 각인시키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밝은 캐릭터로 친숙한 윤상현이 확 바뀌면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했죠. 드라마라면 안 했을 텐데 영화계에 인사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어요.”(웃음)
호흡을 맞춘 박하선과는 의형제(?)가 됐다. 박하선이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데 자신과 비슷하다며 솔직히 동이에서 단아한 모습에 우리 어머니도 반했는데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웃었다. 그는 박하선은 솔직함이 매력”이라며 나보고 ‘아줌마처럼 수다스럽다. 말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준다”고 웃었다. 남녀 사이 보다 형, 동생 사이가 더 어울리는 것 아니냐고 하자 또 웃겨 죽겠다는 듯 폭소했다.
윤상현은 일본에서 싱글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활동하게 된 게 드라마 ‘겨울새 덕이라고 했다. 드라마의 반응이 좋아서 찾은 일본에서 10년 넘게 즐겨듣던 J팝 사이고노 아메를 불러 호응을 얻었고, 앨범 발매도 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그는 ‘사이고노아메(最後の雨·마지막 비)로 오리콘 차트 11위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윤상현은 일본 팬들이 내가 밝아서 좋다고 한다”며 다른 멋있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팬 미팅에서 즐겁게 해드리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다만 내 팬은 아닌 것 같은데 가끔 일본 오사카에 가면 엉덩이를 만지는 분들도 있다”며 밝은 캐릭터라서 화도 못 내고 애써 웃는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점잖게 나를 좋아한다”고 덧붙이며 만족해했다.
윤상현은 스크린에 데뷔하며 나름(?) 몸을 날리는 액션 신도 선보였다. 스턴트맨이 있음에도 여러 겹으로 쌓여있는 박스에 몸을 던졌다. 하선이가 ‘오빠, 배우는 이런 것쯤은 다 직접 하는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보다 영화 몇 편을 더 했으니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생각해보니 괜히 창피해서 몸을 날렸죠. 넘어지는데 사각 박스 모서리에 머리 정수리를 맞아 피가 나더라고요. 아픈 것 참으면서 연기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이만큼 부어 있더라고요.”
윤상현은 연기자가 연기를 할 때 망가질 수도 있고, 멋있게 나올 수도 있다. 그 배역이 바보든, 멋쟁이든 배우라면 모든 캐릭터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망가져야 한다는 게 두렵진 않고 이 캐릭터를 잘 소화했는지 모르겠다”고 관객의 반응을 궁금해 했다.
연기를 제대로 한지 5년 정도 밖에 안 됐거든요?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겠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데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연기는 물론이고, 요즘은 헤어 미용이나 요리 공부도 하고 싶더라고요. 꼭 식당을 내서 일이 없을 땐 요리를 해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걱정이에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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