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미 대선을 통해 보는 한국 대선, 그리고 그 이후
입력 2012-11-08 13:08  | 수정 2012-11-08 18:20
미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대선인데다, 올해 우리도 대선이 치러지느니라 관심이 더욱 컸습니다.

미국의 정치시스템과 우리의 정치시스템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 대선과 우리 대선이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닮은 점을 꼽으라면, 초 박빙이라는 겁니다.

결과는 오바마의 압승이었지만, 개표함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누구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초박빙이었습니다.

지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역시 초박빙입니다.

물론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고 양자대결을 했을 때를 말합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회동한 다음날 여론조사를 볼까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 유선전화 휴대전화 RDD, 95% 신뢰수준 ±2.5%)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에서는 45.5%와 46%로 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43.1%와 49.3%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습니다.

야권후보 적합도에서는 문 후보가 41%, 안 후보가 40.5%로 박빙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누구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초박빙을 예상하고 있지만, 혹시 미 대선처럼 우리 대선도 어느 한 쪽의 압승으로 끝날까요?

궁금해집니다.

미 대선과 닮은 또 닮은 점은 우리 대선도 양자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는 오늘부터 새 정치 공동선언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겉으로는 새 정치 공동선언 이후에나 후보 단일화 방식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분위기를 보면 각 캠프 내부적으로는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된 듯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8일)
- "엄연히 단일화 이뤄질 때까지 그 과정을 통해서 후보가 선택될 때까지는 그 선택 위한 치열한 경쟁은 우리로선 피할 수 없습니다. 얼굴은 웃되 열심히 경쟁을 해주셔야 하고, 조금이라도 단일화되면 누가 돼도 잘되지 않겠느냐 이런 안일한 생각은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코 쉽게 후보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안철수 캠프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새 정치 공동선언문 작성이 먼저이고, 후보 단일화 방식은 나중이라는 입장입니다.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를 서두르자는 민주통합당의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걸까요?

안철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대선 후보(11월7일)
- "새 정치 공동선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민주당이 이룩할 개혁의 모습들, 연대의 방향들을 담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께서 동의해주시면 다른 논의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전은 치열하지만, 양쪽이 결국은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예상입니다.

나아가 국민연대 신당이 만들어지면,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미국처럼 양당제로 대선을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미국 대선과 우리 대선이 다른 것은 선거 과정에서야 네거티브니, 뭐니 해서 서로 공격하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대선에서 패한 롬니 공화당 후보의 패배 연설입니다.

▶ 인터뷰 : 밋 롬니 / 미 공화당 대선후보
- "전 오바마와 다른 방향으로 나라에 헌신하길 바랐지만, 이젠 여러분이 뽑은 지도자와 국가를 위해 기도를 보냅니다."

우리 역시 대선에 패한 쪽이 승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야합', '꼼수', '쇼'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 입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11월7일)
-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 국가 간 약속도 뒤엎겠다고 공언하는 세력,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세력에게 우리 안전과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느냐?"

야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을 도통 인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5일)
- "새누리당이 집권한 지난 5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이 파탄 나고 평화가 거꾸로 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지난 5년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 본 적 있습니까?"

물론, 이 정도의 네거티브 공격은 미 대선과 비교하면 오히려 약과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서로서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이대로 가면,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양쪽은 서로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싸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TV 토론입니다.

미 대선에서 있었던 TV토론 모습을 잠깐 보시죠

<롬니 "혹시 당신의 연금 내역을 확인해 본 적 있나요?"

오바마 "없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롬니 후보보다는 제가 적게 받을 겁니다.">

미 후보들은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TV토론을 거부하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가 4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TV에서 세 후보가 토론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가 2명이라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하고, 야권은 야권대로 후보 단일화 논의에 빠져 TV토론을 서두를 생각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TV토론을 통해 세 후보의 자질과 정책 검증이 가능할 텐데 그 기회를 유권자에게 왜 주지 않는 걸까요?

야권에서 단일후보가 나오면 우리도 몇 차례 TV토론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해 유권자들이 충분히 후보를 알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어쨌든 미 대선은 끝나고 새누리당과 야권은 이번 미 대선의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기 바쁩니다.

새누리당은 미국의 집권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야권은 진보성향의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것을 부각시킵니다.

오늘 한 언론보도를 보니까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1993년부터 미국과 한국의 대선을 분석했더니, 미국에서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에서는 진보 정권이, 반대로 미국에서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에서는 보수당이 정권을 잡았다는 겁니다.

이런 공식대로라면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다시 잡았으니 우리로서는 새누리당이 잡을 차례가 되나요?

미 대선에서 진보적 색채의 오바마가 승리했기 때문에 한국의 진보층이 대리만족을 해 결속력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대로 진보와 개혁이 대세라는 게 확인된 만큼 우리 역시 진보와 개혁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엇갈리는 대선 역사는 우연한 일치일 뿐이고, 상관관계 역시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의 대선을 치를 뿐입니다.

다만, 대선의 형식과 절차, 그리고 대선 과정을 보면서 각 후보도, 정당들도, 그리고 우리 유권자도 배울 점은 분명히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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