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은아(25)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비록 자신의 이상형은 아니지만(존 쿠삭을 언급했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핫한 배우 중에 한 명이니까. 하지만 소지섭과의 대면은 그리 달갑지 만은 않았다. 평범한 인생을 꿈꾼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 지형도(소지섭)가 회사를 나가려 하면서 동료들의 표적이 되어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회사원에서 그는 형도를 제거해야 하는 서 대리로 출연했다.
영화 ‘아저씨의 액션과 비교될 정도인 영화에서 장은아는 멍이 드는 건 기본이요, 갈비뼈에 금이 가기까지 했다. 고가도로에서 소지섭과 1대1 대결은 이틀간 엄청 고생을 했다.
너무 많이 맞아서 소지섭씨가 꼴도 보기 싫은 것 아니냐고요? 아니요,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저 때리시고 무척 미안해하시던데요? 발차기로 가슴팍을 차는 장면은 원래 없었는데 추가로 촬영한 거예요. 합이 안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소지섭씨가 홍삼 등 몸에 좋은 것들을 건네시더라고요. 또, 항상 배우들 분장을 위해 식사를 마지막에 하거나 거르시는 분장 팀을 위해 빵과 음료수, 우유를 손수 사서 주셨어요. 멋졌어요.”(웃음)
소지섭의 매력에 빠진 것 아니냐고 하니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또 웃었다. 개봉한지 좀 오래 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처음 영화 시나리오에는 장은아가 소지섭과 나오는 멜로 비중이 꽤 됐다. 서 대리가 형도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서 대리와의 멜로보다 소지섭과 이미연에게 집중이 됐다. 아쉽긴 하지만 신인배우가 어떻게 할 부분이 아니다.
장은아는 몸에 멍이 너무 많으니 병원에 갈 때마다 맞고 사는 여자로 오해를 받기까지 했다. 간호사가 남자한테 수시로 맞는 여성으로 알고 신고하라고 하더라. 맞는 거에 중독되면 안 된다”고 조언한 사실을 전하며 재미있어 했다.
초·중·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던 이력이 있는 그는 당초 정치가 꿈이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해 아이들 앞에 섰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정치보다 문화가 자신에게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중앙대 연극학과에 들어갔고,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됐다.
20살이 되고나서 부터 부모님의 지원은 끊겼어요.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으면 네가 돈 벌어서 해라는 말로 반대를 하셨어요. 아버지가 ‘네가 큰 스크린에서 노출이 있는 영화나 조금 더 파격적인 영화를 했을 때, 나 말고 내 친구들도 극장에서 너를 볼 텐데 그게 너무 싫다고 하셨어요. 아직도 반대하고는 계시지만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요?”(웃음)
결혼식 축가도 부르러 다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며 용돈을 벌어 생활했다. 혼자 전셋집을 마련해 살고 있을 정도로 악착 같이 일했다. 물론 연기를 향한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 선·후배, 동기 가운데 연예인이 꽤 되는데 그들이 자극이 되기도 한다. 배우 류덕환과는 취미로 스쿠터를 같이 타고 다닐 정도로 친한 편이란다. 속마음까지 터놓을 친구는 몇 명 안 되지만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다.
장은아는 잘 나가는 연예인 친구들을 보면 마냥 부럽지 만은 않다”며 톱스타들도 그분들만의 힘든 게 있더라”고 웃었다. 영화계에 갓 들어온 그는 배우는 캐릭터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내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작품이 들어온다는 건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회사원은 제게 액션을 처음 접하게 해준 영화에요. 춤을 오래 춘 게 도움이 되서 액션도 소화할 수 있었죠. 그러면서 액션도 나한테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다른 역할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네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