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케이준)를 제가 처음 발굴했어요. 라디오에서 우연히 처음 목소리를 듣고 이 친구를 015B 앨범에 객원보컬로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에 수소문을 했죠. 그리고 나서 당시 제가 경영하던 회사에 전속으로 잡아 뒀죠.”(장호일)
당시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뮤지션이었던 케이준은 장호일이라는 대형 뮤지션의 부름에 당연히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는 2006년 015B 정규 7집 앨범에 처음 객원 보컬로 참여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후 케이준은 015B로 부터 음악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인정 받아 지난해 발표된 015B의 ‘20세기 소년(20th century boy) 앨범에서 공동 프로듀서의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
준세이어는 앨범 작업을 함께 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팀 자체가 아니었어요. 그냥 연습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장호일씨가 기타를 치면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붙이고, 함께 가사를 만들고 하는 작업들이 반복되다 결국 앨범으로 까지 온거 거든요.”(케이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 조차도 음악 작업에 있어서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솔직히 어렸을 때긴 하지만 정석원씨와 의자 집어던지면서 싸우곤 했거든요.(웃음) 역할 분담이랄까, 이제는 들이대는 사람, 받아주는 사람이 확실하거든요. 저로써는 무엇보다도 팀 안에 싱어가 있다는게 너무 행복해요. 제가 평생 보컬만 찾아 다니는 팀에 있었잖아요.”(장호일)
한 팀을 이루고 있지만 기실 두 사람의 음악적인 뿌리는 확연히 다르다. 장호일은 태생적으로 밴드 출신이고 케이준은 기본적으로 힙합 R&B 등 흑인음악적 성향이 강한 뮤지션이다.
공통분모는 소울(Soul)과 펑키(Funky)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장르적인 관심 차이라는 것은 서로 존중만 한다면 무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아직까지는 케이준이 그렇게 심하게 덤비지 않으니 너무 이상적이죠.”(장호일)
어쩌면 길어봐야 10년을 한 뮤지션과 데뷔 앨범을 낸 지 22년이 지난 뮤지션의 음악적 깊이나 스펙트럼은 비교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음악적인 역량 차이도 사실은 두 사람에게 큰 벽이 아니다.
수준차이가 나죠 당연히. 하지만 장호일씨의 스타일 자체가 가지를 치는 것 보다 물을 주는 스타일이라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느낀 건데 진짜 고수는 누구를 끌고 가거나 끌려가는 느낌 보다는 같이 가준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제가 처지면 같이 템포를 늦춰주고 가끔 스스로 폭주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어느새 보면 제 옆에 있더라고요.”(케이준)
사실 한동안 장호일은 한동안 음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살았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방송을 하면서,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소유하던 수십대의 기타를 모두 팔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준세이어 음악은 경쾌하고 유연하다. 나이와, 장르, 경력, 심지어 외모까지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토록 조화로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우연만은 아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