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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석, 저승사자 안 믿던 이남자의 3개월 저승사자譚
입력 2012-10-29 14:16 

어둠 속에서 그를 만나면 분명 섬뜩하리라. 인기리에 방송된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극본 정윤정/연출 김상호)에서 저승사자 역할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배우 원석(24·본명 송원석).
189cm에 단단한 체격이 인상적인 그는 모델로 활동하다 ‘아랑사또전을 시작으로 브라운관 연기자로 변신, 극중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쫓는 ‘추귀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처녀귀신의 존재는 믿었는데, 사실 저승사자의 존재는 안 믿었었어요. 허구로 만들어낸 존재라 생각해왔는데 첫 드라마에서 저승사자 역할을 맡게 됐죠 하하.”
추귀 캐릭터를 만난 원석은 드라마 속에선 입을 뗀 적이 없었다. 검은 입술은 언제나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말 없이 눈빛과 액션만으로 화면을 압도해야 했던 역할. 가뜩이나 햇병아리인 그로선 만만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쌍꺼풀 없이 눈이 큰 편인데, 감정을 배제한 상태로 연기하다 보니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죠. 처음엔 말도 할 줄 알았는데, 갈수록 말 없이 액션만 해서 좀 실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랑사또전은 원석의 배우 인생에 첫 방점을 찍은 작품. 그는 갈수록 역할에 빠져들었다”며 배우로서 느낀 첫 감회를 전했다.

카메라 앞이 처음은 아니지만, 연기로는 처음이었잖아요. 모든 게 신기했어요. 스탭들이 이렇게 많은 현장도 처음이었고. 처음엔 저승사자 분장을 하고 인사를 드리면 깜짝깜짝 놀라시기도 했죠.(웃음)”
원석은 ‘아랑사또전에서 줄곧 뛰어다녔다. 한 장면을 위해 열 번 넘게 뛰는 건 부지기수였다. 이뿐인가. 생애 첫 드라마에서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해냈다. 나무 위, 30미터까지 올라갔어요. 처음 올라갔을 땐 불안했죠. 하지만 안전하다는 걸 알고 난 뒤엔 괜찮았어요.”
그의 와이어 액션을 위해 현장 스탭들이 대거 동원됐다. 원석은 사람이 부족해 이준기 선배님도 잡아당겨주셨다”며 주연배우의 솔선수범에 대한 감탄 그리고 선배배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이준기에 대해서는 극찬에 또 극찬을 이었다. 이준기 선배 하면 워낙 연기를 잘 하시지만 이번에 실제로 만난 뒤로 진심으로 반했어요. 연기에 몰입도가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죠.”
멀리서 이준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하기도 했다는 원석.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짙은 아쉬움을 내놨다. 만족은 못 하죠.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은 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 팔다리, 보통 사람이라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큰 키의 근원을 묻자 유전”이라며, 한창 성장기인 중3~고1 사이에 21cm가 확 컸다”는 원석은 촬영 중 팔이 길어 슬펐던(?) 사연을 털어놨다.
액션 장면이었는데, 딱딱한 봉으로 때리는 척만 해야 했는데 팔이 길었던 탓에 실제로 상대 배우를 때린 적이 있었어요. 너무 죄송했죠.” 결국 몇 번의 리허설이 거듭되는 동안 몇 발자국 물러난 뒤에야 리얼한(!) 연기가 가능했었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원석은 길거리 캐스팅을 여러 차례 받았을 정도로 남다른 비주얼의 소유자다. 배우가 되기 전 첫 단추로 모델 일을 택한 그는 자신만만하게 ‘I Am a Model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냈지만 뜻밖에도 예선 탈락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이후 군에 입대, 내실을 다진 그는 전역 후 모델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콜렉션 정두영, 이주영, 김석원, 신재희, 박성철 패션쇼의 모델로 승승장구했으며 닥터유, 아우디, KBD금융그룹 등 다수의 CF도 섭렵했지만 그럴수록 연기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졌다.
모델로 활동하던 틈틈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는 그는 영화 ‘댄싱퀸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의 맛을 보게 됐다. 그리고 ‘아랑사또전을 통해 한 단계 도약과 함께, 초심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게 됐다.
바야흐로 자기PR 시대. 자기만의 강점을 소개해달라 부탁하자 쑥스러워하면서도 매력 있는 의리남”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할 말은 다 하는 청춘 원석. 그는 모델 출신으로 자타 공인 명배우가 된 차승원을 롤모델로 꼽았다.
연기자의 꿈을 차승원 선배님을 보며 꿈꿔왔어요. 어디서나 빛이 나는 존재시죠. 선배님처럼 코믹, 멜로, 액션 다 잘 하는 팔색조 매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은 여배우는 김태희란다. 김태희 선배님과 작품을 통해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거기서 차도남으로 나오고 싶고요 하하.” 인터뷰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눈빛, 왠지 예감이 좋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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