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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성희 감독 “송중기, 왜 망가뜨렸냐고요?”
입력 2012-10-28 11:52 

배우 송중기의 이미지가 꽃미남에 뽀송뽀송한 이미지로만 알고 계실텐데 실제로 남자다운 면이 있어요.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있는 이미지가 있다고 봤죠. 이번에 꽃미남 외모 안에 야성미를 잘 끄집어내 소화했다고 생각해요.”
조성희(33) 감독은 ‘송중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 ‘늑대소년을 들고 31일 관객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송중기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손톱에는 때가 껴있고, 머리는 부스스하다. 꾀죄죄한 얼굴과 몸은 냄새를 굳이 맡지 않아도 악취가 날 것만 같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진짜 늑대처럼 ‘아우~하고 소리도 내고, 코도 벌렁 거린다. 또 괴물로 변하기까지 한다.
조 감독은 소년에서 남자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의 이미지를 원했는데 송중기가 연기를 해줘 무척 고맙다”며 송중기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애착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만족해했다. 송중기의 장점은 창의적이고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 같아요. 늑대를 연기하기 위해 훈련과 연구도 많이 했죠. 극중 경찰로 나오시는 배우 이준혁씨가 마임 전문가이시기도 한데 그 분과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거든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늑대소년은 조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초안을 아이디어로 남겨 놓은 작품이다. 제작사 비단길을 만나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간 조 감독은 2008년 ‘남매의 집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하고, 2010년 ‘짐승의 끝으로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해 실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기괴함과 엉뚱함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지만, ‘늑대소년에서는 따뜻한 감성까지 더해졌다.
어떤 노선을 바꿨다기보다는 저는 무섭고 기괴한 영화들도 좋아하고, 판타지 만화 같은 것들도 좋아해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모자란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 영화 만드는 것에 완전히 익숙하다고 할 수 없죠. 매번 새롭기 때문에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인 그는 연출부 생활을 하지 않았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영화 ‘내츄럴 시티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올리브 스튜디오의 민병철 감독 밑에서 애니메이션 콘셉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조감독으로도 있었다.
조 감독은 공군사관학교에 가서 파일럿이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영화나 미술 분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외삼촌 덕에 공짜로 다니며 미술을 공부했고, 대학 전공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하고 운 좋게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영화 일을 하게 됐다”며 실력에 비해 과분한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매번 부끄러운 부분이 많은데 함께 하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존경할 따름”이라고 좋아했다.

영화계에서 활동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다. 조 감독은 창고 안에 쌓아둔 시나리오가 많은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또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물론 다음에는 감성멜로는 아닐 것 같다”고 웃었다.
이미 그의 경력으로 많은 이들이 박찬욱·봉준호 감독에 버금가는 거장이 될 것이라고 하기까지 한다. 조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50번 넘게 봐 대사를 모두 외우는 등 봉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아직 그를 따라가려면 멀었단다.
언젠가 봉준호 감독님이 ‘살인의 추억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았다고 한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제 영화도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슬픈 장면도 있으며, 화내야 할 것 같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정서를 담았죠. 하지만 전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처럼 영화를 만들려면 한 30년은 더 걸려야 할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생겨요. 언제쯤 그분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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