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 피해자의 투신자살, 누가 그녀를 죽였나
입력 2012-10-12 20:03  | 수정 2012-10-12 21:15
【 앵커멘트 】
지난 8월 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이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겪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추석 연휴 기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후로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 가족을 최은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김 씨는 아직도 떠나간 아내의 사진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지난 추석연휴, 아내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서만 남긴 채 아파트 5층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가명)/피해자 남편
- "잠든 시기, 그 짧은 시간에 혼자 옆방에 와서 소주를 먹으면서 유서를 쓰고 투신을 했다는 게, 그때 지켜주지 못한 게…."

지난 8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있던 김 씨의 아내는 병원 안에서 3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피의자는 합의 하에 맺은 성관계라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 인터뷰(☎) : 성폭행 피의자
- "어떻게 보면 제가 피해자거든요. 아주머니가 유혹해서 제가 유혹에 넘어갔지만 진짜, 그날도 다 하시고 고맙다, 수고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6번이나 불러 피해 상황을 재연하고, 진술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성폭행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때리지 않았고, 피해자가 크게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며 저항의지가 약했다고 몰고 갔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가명)/피해자 남편
- "오른팔은 링거를 꼽고 있었는데 가해자한테 제압을 당하고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수술한 지 이틀 밖에 안됐기 때문에 다리가 코끼리 다리같이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김 씨는 피의자 뿐 아니라 법 절차와 수사과정 모두가 아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호소합니다.

▶ 인터뷰 : 김재련 / 변호사
-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저항을 해야만 충분히 저항했다고 판단을 할 것이냐, 이것은 상당히 야만적인 것입니다."

딸은 괴로워했던 엄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피해자 딸
- "모든 게 다 힘드셨던 것 같아요. 주위 상황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엄마를 힘들 게 했던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어요."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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