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위기 만난' 문재인-안철수, '위기 넘긴' 박근혜
입력 2012-10-12 12:01  | 수정 2012-10-12 18:03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신경전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당 후보론'과 '무소속 대통령론'을 놓고 정면충돌했습니다.

두 후보의 얘기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10일)
-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안됩니다. 민주당으로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만이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정당 기반 없이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0월10일)
- "지금 상태에서 만약에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에 야당이 당선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겁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하며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

문재인 후보는 정당 없는 무소속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또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무슨 소리냐, 무소속 대통령도 충분히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맞섭니다.

안철수 후보는 민주통합당에서 연일 '정당 후보론' 공세를 편 것에 기분이 언짢았는지 어제도 격앙된 말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압도적인 다수당 만들어 주니 어떻게 됐습니까. 같은 정당 내에서도 패가 갈립니다. 정당 대통령을 스스로 무소속으로 만들죠. 그럼 정당은 책임이 없습니까? 무소속 안된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도 무소속 대통령이 좋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정당에 소속되면 좋겠죠. (웃음) 낡은 정치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해서 다시는 그런 정치를 안 하겠다고, 국민이 정치쇄신 됐다고 믿을 때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하냐고 물어봐야죠. 질문하기 전에 정당 스스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쇄신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국민이 저더러 단일화 혹은 정당 들어가라 말할 겁니다. 저는 순서가 틀렸다는 겁니다. 저에게 정당개혁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십니다. 자기 집 대문을 수리해야 하는데 옆집 주인에게 묻는 거로 생각합니다. 사흘 정도 국민의 목소리 들으면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정당 후보론'이나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외치기에 앞서 민주통합당은 정당 쇄신이나 먼저 하라는 뜻입니다.

옆집에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집 대문 수리나 똑바로 하라는 겁니다.

표현이 격한 걸까요? 이런 해석이 격한 걸까요?

문재인 후보는 이 말을 전해듣고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

'험한 말'이라는 뭘까요?

안철수 후보의 말을 흔히 '남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식으로 들었다는 뜻일까요?

어쨌든 문 후보의 심기는 불쾌했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문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문 캠프에 합류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대신했습니다.

▶ 인터뷰 : 문성현 / 전 민주노동당 대표
- "와서 생각한 건 반드시 야권단일화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철수 후보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조직활동 하면서 정치라는 것은 조직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저도 정당 오래했고, 정당 기반 둔 문재인 후보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조직 활동과 정당 활동을 오래해 봤는데, 정치란 정당과 조직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을 안 후보에게 정치 선배의 가르침으로 족한 것일까요?

야권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이런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 '정권 교체를 통하여 정치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민주당과 안철수가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지상명령. 시간이 많이 없다. 서로 간 보지 말고 손을 잡으라'고 썼습니다.

지금은 후보단일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정당 혁신이 먼저라는 안 후보에게 더 아프게 들릴까요?

조 교수는 양쪽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민주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합의하고 나서 안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문 후보 쪽은 이 제안에 긍정적입니다.

안 후보 쪽은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정치혁신위원회 설치는 사실상 단일화 협상의 시작이고, 자칫 '정치 혁신'이라는 안 후보의 브랜드를 민주당 쪽에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안 후보의 후보직 양보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니더라도, 안 후보 진영은 쉽게 이런 협의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안 후보 머릿속에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이 문재인 후보만큼 크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안 후보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이지 정권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선에 임하는 목적과 수단이 서로 정반대인 듯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 박근혜 후보는 '위기' 국면을 넘긴 것 같습니다.

박 후보는 어제 중앙선대위원장 4명을 발표했습니다.

김용준 전 헙법재판소장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영입을 놓고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소수자 배려와 글로벌 여성 리더 영입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보수적 색채가 더 강화됐다는 비판적 평가도 있습니다.

정몽준 전 대표가 합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재오 의원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어쨌든 김종인, 안대희 위원장이 잔류하고, 이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한구 원내대표와 한광옥 전 고문이 당을 떠나지 않은 것을 두고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이 빛났다는 자평도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가치 구현하기 위해서 당안에서 논쟁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쇄신과 통합은 같이 가야 합니다. 더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더는 갈등으로 비치는 모습은 당원으로서 도리도 아니고. 이렇게 해서 선거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포기하는 거지"

그런데 정말 이것으로 갈등은 가라앉은 걸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어제 당무에 복귀하면서 뼈있는 말을 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 "박 후보는 확실하게 하겠다는 확인을 하고 반대 여론을 형성해보려는 분도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모르겠으나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지원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후보가 다시는 그런 엉뚱한 소리는 안 나오게 하겠다는 보장도 하고 해서 재차 확인한 끝에 또 한 번 참고 시작해보자고 돌아온 것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가끔은 속고도 사는 것 아니냐?"

'또 한 번 참는다'는 말과 '가끔은 속고도 사는 것 아니냐?'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어떤 정치평론가들은 '김종인-이한구의 대립'이 '김종인-김무성의 대립'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은 김무성 전 의원은 보수색채가 강한 인물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보수적 색깔의 김무성 본부장이 어제 갑자기 '부유세'를 꺼냈습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겠다는 것인데, 그 원조는 민주노동당입니다.

과거 민노당 정책을 급진 좌파 정책이라며 혹독하게 비판했던 김 본부장이 갑자기 '부유세' 얘기를 꺼낸 것을 어찌 봐야 할까요?

부유세와 증세문제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중·상류층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예민한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전 세계 국가의 당면과제인 '재정건전성 강화'라는 화두를 선점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새누리당과 김 본부장의 색깔이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위기가 여기서 끝인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 싹트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순환곡선은 경제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 역시 위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그 위기를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니 말입니다.

남은 대선까지 각 후보 진영은 몇 번의 위기를 더 맞게 될까요?

그리고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요?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뉴스M(월~금, 오후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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