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캠프, '통합과 분란' 그 어색한 이중주
입력 2012-10-05 18:07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어제 새누리당에서는 온종일 '친박 2선 후퇴론'이 화두였습니다.

경제민주화를 논의하기 위한 의총장에서는 지도부 사퇴와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불을 댕긴 것은 당 선대위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었습니다.


남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국민은 박근혜 후보의 곁에 있는 사람이 꼴 보기 싫어 안 뽑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곁에 있는 꼴 보기 싫은 사람은 누굴까요?

친박계로 선대위 부위원장이 유승민 의원 역시 박근혜 후보를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고 동조했습니다.

친박계뿐 아니라 당 지도부도 모두 물러나라는 겁니다.

왜 느닷없이 친박 2선 후퇴론 얘기가 나왔을까요?

박 후보의 지지율은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45% 안팎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6%포인트의 지지율이 더 필요한데, 도무지 이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과거사 발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도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무엇을 바꿔야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후보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고, 결국 박 후보 주변에서 박 후보를 잘 보필하지 못한 사람들을 바꿀 수밖에 없겠죠.

박 후보가 과거사와 관련해 머뭇거리게 했던 사람들, 그리고 당내 불통 논란을 가져왔던 사람들에게 화살이 가는 셈입니다.

어제 MBN과 인터뷰한 임태희 선대위 공동 의장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새누리당 선대위 공동의장
- "당 내에 지난 총선, 그리고 이번 경선을 치르면서 참여하고 참여하지 못하고 하는 쪽으로 갈라지는데 그때 소외됐던 총선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경선에서도 뭔가 당원으로서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감이 굉장히 크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한 정말 진정으로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 가야 한다, 하는 이런 행보를 후보는 물론이고 당직자, 그리고 당협 위원장들이 전부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보 주변에 있는 친박근혜 실세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캠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이 말을 듣는 친박계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겠죠.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
- "소위 말해서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이라 그래 봤자 서너 명이고, 그 서너 명이 권한과 권력을 누리고 또 호가호위하는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상황도 아니거든요."

억울하다는 뜻입니다.

당 지도부도 어제 긴급회의를 갖고 지금은 물러날 때가 아니라며 2선 후퇴를 거부했습니다.

선거가 7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지도부가 사퇴하면 혼란만 가중되고, 국민이 정권을 맡겨도 될지 불안해한다는 겁니다.

서병수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병수 / 새누리당 사무총장
-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어제 나온 얘기는 지도부는 우리 거취 문제야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화합해서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당을 추스러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생각은 어떨까요?

박 후보는 어제 울산 부산을 방문하던 도중 기자들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에서는 항상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으냐. 지금은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 선거를 잘 치러야 할 때 아닌가?'

친박 2선 후퇴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입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친박 2선 후퇴'를 당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걸까요?

당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은 또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경제 민주화입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어제 의원총회 직후 '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안 하겠다는 거다. 나도 더는 그런 식으로는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제 의총에서는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몇몇 의원들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고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 확실하게 손을 들어주지 않는 박 후보와 당 지도부에 대해 서운함을 느꼈을 법합니다.

그렇다고 김종인 위원장이 새누리당을 떠날까요?

박 후보의 결심에 달린 듯합니다.

친박 2선 후퇴와 경제민주화가 분란으로 비친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통합으로 비칠만한 일들이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것입니다.

한 전 고문을 포함해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옛 동교동계 인사는 2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 전 고문의 기자회견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한광옥 / 전 민주당 고문
- "이 길이 비록 한없이 외롭고 고단한 여정이 될 지라도 우리 사회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보수와 진보가 소통하면 화합하는 국민대통합 속에서 남북통일 이룰 수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된다면 보람으로 여기고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이들은 박 후보 요청으로 캠프에 합류했고, 국민대통합이라는 선거 슬로건에 부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합류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더는 호남을 상징하지도 않을뿐더러, 구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겁니다.

무늬만 대통합이라는 겁니다.

어쨌든 박근혜 후보는 전국을 돌며 국민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사이 캠프 내에서는 친박 2선 후퇴와 경제민주화로 시끄러운 모양새입니다.

통합과 분란, 뭔가 어색한 이중주가 연주되고 있는 걸까요?

비박 인사인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후보를 향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내 화합도 못 하면서 무슨 대통합이냐고…'

박 후보는 이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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