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춤에 빠진 할아버지의 '알콩달콩' 로맨스
입력 2012-09-28 20:03  | 수정 2012-09-28 21:51
【 앵커멘트 】
추석 때 고향에 가시면 부모님들이 가장 반기시죠.
오늘은 부모님 얘기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버님이 춤바람이 나셨어요. 그런데 어머님과 참 알콩달콩 사시네요. 비결이 궁금하시죠.
최은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주택가의 한 공원.

할머니가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을 찾아나섰습니다.

멀리서 눈에 띄는 근육질의 남성.


유연한 허리를 비틀며 댄스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 인터뷰 : 이민재 / 64세
- "골반이 이렇게 비틀어지는 감각을 느끼잖아요. (느끼긴 뭘 느껴요, 그만하시고 가요.)"

다음 날 아침, 곡예에 가까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군살없는 몸매의 비결입니다.

거실 창을 배경으로 태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침 일과를 끝내고 할아버지가 찾은 곳은 어느 주택가.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선보입니다.

▶ 인터뷰 : 댄스동호회 회원
- "젊은 사람 못지않게 정말 너무 잘하십니다."

할아버지가 춤에 빠지게 된 건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집안에만 머물된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춤을 권유했고, 지금은 춤 없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 인터뷰 : 이민재 / 64세
- "정말 행복하지. 춤출 때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뼈에서 울림이 느껴져요. 그때 댄스 실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끼거든요."

하지만 할머니는 아내는 뒷전인 남편이 야속합니다.

할머니는 춤에 빠진 남편 대신에 17년 동안 노인 돌보미로 일하며 가정을 책임졌습니다.

▶ 인터뷰 : 조경자 / 58세
- "예전부터 우리는 애들 우유 하나 못 사먹였어요. 한 때는 (남편을) 원망도 했죠. 애들 학원도 못 보내주고…."

그런 아내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할아버지가 오늘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거 입어봐, 선물이야."

처음 입어보는 댄스복이 어색한 할머니지만 거울에 비춰보는 모습에 설레임이 엿보입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주본 채 손을 잡은 두 사람, 한 발짝 씩 조심스레 보조를 맞춰가는 모습이 여느 신혼부부 부럽지 않습니다.

"이렇게 챙겨주면 얼마나 좋아, 주말만이라도. 사랑해, 꽃. 미투"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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