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다운계약서' 시인, 대선 판도 '흔들'?
입력 2012-09-28 11:24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대선에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부는 대선판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01년 서울의 한 아파트를 사면서 시가 4억 원 대 아파트를 2억 5천만 원에 산 것으로 신고했다는 의혹입니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나오는 '다운 계약서' 의혹입니다.

물론 납세자연맹은 당시 지방세법은 실거래가가 아니더라도 시가표준액 또는 그 이상으로 선택해 신고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며 합법적 절세였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안 후보 쪽은 실거래가와 다르게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된 일이고,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안 후보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후보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더 엄중한 잣대로,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탈세가 드러나면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자아 비판대에 올라선 안 후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덕성과 깨끗함을 내세웠던 터라 안 후보가 받을 타격은 간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있던 터라 그 파급력은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은 논평을 삼간 채 사태를 예의주시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번 다운계약서 의혹제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검증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임용 과정을 둘러싼 의혹 제기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 쪽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까요?

안 후보의 위기는 안 후보를 넘어 야권 진영에도 타격을 주는 것은 뻔하겠죠.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 성향의 부동층은 박근혜 후보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야권 진영에 또 다른 숙제도 생겼습니다.

바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지지율입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이정희 전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지율이 5.2%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여야 간 일대일 구도로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시 못할 변수가 생긴 셈입니다.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 출마 변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전 대표
- "2012년 5월,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부정이라는 모함과 거짓으로 당이 보수언론과 검찰의 손아귀에 몰아넣어졌습니다. 이른바 진보언론과 진보지식인, 어제까지 연대했던 다른 야당까지도 진실을 외면하고 보수 세력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짓밟았습니다."

진보 정치를 살리려 나왔다는 그의 말과 달리, 사람들은 구당권파의 부활, 30억 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격려 대신 '몰염치'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판과 무관하게 5%라는 지지율은 무시 못할 현실로 눈앞에 존재합니다.

그 현실은 민주통합당과 야권에 마치 '계륵'과도 같은 듯합니다.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왠지 조금은 아까운 그런 상황인 셈입니다.

야권이 박근혜 후보를 꺾으려면 이 지지율을 가져와야 하는데, 승리를 위해 이정희 전 대표와 연대하면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중도층을 버려야 할지 모릅니다.

이정희 전 대표의 지지율이 얼마나 유지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변수가 또 하나 등장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변수가 또 생겼습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곽 교육감과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가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를 주고받을 목적으로 돈거래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진보진영 도덕성이 또 타격을 받은 셈입니다.

곽 교육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곽노현 / 전 서울시 교육감
-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그렇지만 강경선 교수가 파기환송이 되어 기쁩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였던 두 사람을 한 사람은 유죄, 한 사람은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세계에 유래 없는 이른바 사후매수죄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곽 교육감의 사퇴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대선과 같이 치러지게 됩니다.

서울은 언제나 그렇듯, 대선 승부의 분수령으로 중요한 지형입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강남을 제외하곤 대체로 야권 성향이 조금 더 우세하다고 분석되는 지역입니다.

곽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은 이런 우세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곽 교육감 사퇴로 진보진영에 불신을 나타내고, 그것이 대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대선은 대선이고,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선거니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다룬 세 가지 변수는 모두 야권에 불리한 변수들이네요.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대선출마, 그리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유죄판결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어쩌면 앞으로 남은 80여 일 동안 더 많은, 그리고 예상치 못한 호재와 악재가 터질지 모릅니다.

어떤 것은 태풍이 될 것이고, 어떤 것은 찻잔 속 미풍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왕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 한지도 모릅니다.

대선 후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후보의 대응 능력이고, 각 진영의 관리능력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악재는 최소화하고 호재는 키우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위기관리능력이야말로 국민이 가장 검증하고 싶은 대통령의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뉴스 M(월~금, 오후3~5시)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