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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해진 “친근하게 생겨서 좋아하나 봐요”
입력 2012-09-21 18:31 

배우 유해진(42)이 진지해졌다. 진지하다 못해 살벌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영화 ‘간첩에서 그는 남파된 고정 간첩들과 함께 지령을 수행하는 북의 최고 암살 요원 최부장을 연기했다.
유해진의 카리스마가 유독 돋보인다. 전작 ‘미쓰고에서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존재감을 발하더니 이번에도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도심에서 매서운 눈빛을 보이며 기관총을 쏴대는 모습은 특히 강렬하다.
유해진은 이전 작품들에서 주로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관객들이 바라볼 때 ‘일종의 낯선 감정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하더라”며 ‘그게 낯설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고 좋아했다.
그는 또 액션신이 생각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해했다. 총기를 다루는 신이고, 고가도로에서 찍는 상황이라 위험할 수도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부상이 없었어요. 상대역인 김명민씨 덕도 컸죠. 그런 현장에서는 액션 경험이 많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훌륭한 이순신도 잘 소화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정말 잘 받아줬어요.”(웃음)
전체적인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영화 흥행을 걱정했다. ‘간첩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고, 또 연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흥행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단다. 오늘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나 봐요. 아마 근래 출연했던 작품들이 흥행이 잘 된 게 없어서 더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간첩은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생활형 간첩들의 작전 수행을 그린 리얼첩보극. 10년 만에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지령 수행과 동시에 ‘한탕을 위한 이중작전을 계획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코미디가 가미돼 있지만 유해진에게서는 웃음기를 찾을 수 없다.

우민호 감독은 최근 코믹한 모습이나 웃긴 상황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줬던 그에게 새로운 역할을 건넸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유해진이 맡았던 건설사 사장 모습을 좋게 보고 제의를 했단다. 유해진은 고정 간접 4명 중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최부장 역할이라 놀랐다”며 ‘간첩 속 최부장은 ‘부당거래에서의 역할이 확장된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유해진은 중학교 2학년 때 추송웅(배우 추상미의 아버지)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를 보고 연극에 매료됐다. 비교적 다른 사람들보다 진로를 빨리 결정한 계기가 됐다. 예고에 가고 싶었으나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2학년 때 충청북도 청주의 한 연극 극단에서 활동하다 1995년 서울예전에 입학했다. 졸업 후 극단 목화에 들어갔고, 이후 영화계로 넘어왔다.
단역 생활을 하다 김성수 감독의 눈에 띄어 ‘무사에 캐스팅됐다. 김 감독은 유해진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를 했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적응하지 못한 그를 있게 해준 일종의 은인이다. 유해진은 그 인연으로 비중이 크진 않지만 김 감독의 신작 ‘감기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충무로에서는 유해진을 찾는 감독들이 많다. 팬들도 많다. 동료배우들에게 인기도 많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배우 김혜수와 사귀기도 했다. 그의 매력 혹은 인기 비결이 궁금했다. 유해진은 그걸 어떻게 말하느냐”며 쑥스러운 듯 손을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저번에 ‘타짜를 같이 했던 최동훈 감독님이 유해진이 나오면 친근감이 생기고, 거리감이 확 좁혀진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친근함이 있어서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 해요. 저조차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됐고, 사람들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웃음)
삭막하고 답답한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유해진은 촬영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장난도 많이 치고, 술자리도 자주 갖고 친해지려고 한다”고 했다. 김윤석, 박희순, 김상호 등이 그의 술친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있을 법하다. 그동안 연기와 결혼했다고 한다면 이제 진짜 사랑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는 연기와 결혼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 안 간다”고 고개를 가로젓더니 결혼할 나이는 이미 지났지만 언젠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이 있다기보다 추측 혹은 바람의 답변이다. 바란다고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가겠죠.”
오랜 세월 연기를 하다 보니 당연히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는 유해진. 그럴 때마다 산에 올라가 감정을 다잡는다는 그는 특히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 혹은 등산할 때가 좋다”고 했다. 일종의 취미 생활이다. 작품 활동이 바빠 최근에는 다니지 못했지만 그 느낌이 좋단다.
10월까지 ‘감기에 참여하는 그는 좋은 대본이 들어오면 드라마도 하고 싶다”며 노희경 작가처럼 삶이 진하게 녹아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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