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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마이스터 김기덕의 화려한 부활
입력 2012-09-09 09:07 

한국의 거장 김기덕 감독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의 18번째 작품 ‘피에타가 8일 오후(현지시각) 열린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08년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 감독이 지난해 오랜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작품 활동을 재개한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지난해 자전적 영화 ‘아리랑으로 복귀한 김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으나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인상이 강했다.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와 마음의 고통 등이 심했던 탓일까.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게 힘들어보였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어원의 ‘피에타를 만들어서인지 곪아터진 상처가 치유된 듯하다. 김 감독은 ‘아리랑에 이어 ‘아멘, ‘피에타를 연달아 촬영했다. 제작자로 나서는 ‘배우는 배우다도 작업 중이다. 왕성한 창작욕을 태우던 과거와 비슷하다.
작품 활동 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나섰다. 영화가 나오면 으레 진행되던 제작발표회를 열지 않던 그는 ‘피에타를 들고 관객과 언론을 만나 그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도 전했다. 다양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이어간 그는 이제 ‘세모 대신 ‘동그라미처럼 유해졌다. TV 프로그램도 출연했다. KBS 2TV ‘두드림과 SBS TV ‘강심장,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자신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성장통을 앓았다”고 한 김 감독. 농담도 건네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지난해 칸에서 현지 언론 카날 플러스와 인터뷰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었던 적이 있나 싶다. 그의 노력으로 이제 대중의 선입견과 편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자신도 조금은 편해졌을 거다. 미소를 찾았고 자연스러워졌다. 해탈한 듯해 보이는 그에게 베니스도 상을 줬다.
‘피에타가 김기덕이라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이번에도 음습하다.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꼬집는다. 잔혹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가 어느 날 엄마라고 찾아온 여자(조민수)를 만나면서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마라는 존재에 무섭게 빠져드는 강도와 그 가운데 드러나는 둘 사이의 비밀이 섬뜩하다.
특히 극중 대사 돈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이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사랑과 증오, 배신, 용서 등 모든 것의 시작은 돈이다. 끝도 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등 관계가 된다. 슬픈 비극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김기덕 감독이니까. 돌아온 그가 다시 숨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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