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⑤] 봉황으로 탄생한 문어…비결은?
입력 2012-09-07 12:41  | 수정 2012-09-07 22:19
【 앵커멘트 】
예부터 조상들은 장식음식으로 잔칫상을 화려하게 꾸몄는데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만큼 나라에서는 기술보유자를 무형문화재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이 미흡하고 전수자도 거의 없어 명맥이 끊기는 상황입니다.
이상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스무 가지가 넘게 차려진 음식들.

곱게 쌓아올린 빨간 사과와 노란 배는 보기만 해도 탐스럽니다.

조상들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멋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혼사나 회갑 등 경사스런 날엔 뜻이 깃든 장식용 음식을 상에 올렸습니다.

벼슬이 한올한올 말리고, 빳빳한 깃털이 한가닥 한가닥 살아납니다.

작고 오래된 칼이 얇게 저미는 이것.

▶ 스탠딩 : 이상은 / 기자
- "이 밋밋한 문어발은 혼을 바친 정교한 손놀림을 통해 화려한 봉황으로 재탄생합니다."

첫 순서는 두드리기.

울퉁불퉁한 문어발을 방망이로 두드려 평평하게 한 뒤 섬세하게 모양을 새깁니다.

고귀함을 상징하는 새 봉황.

고고함과 지조를 나타내는 국화.

절개를 뜻하는 소나무.

▶ 인터뷰 : 서용기 /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2-1호
- "남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가문의 전통으로 내려온 거야, 3대째."

동네 잔칫날마다 문어 오림을 만들어줬던 이유는 오직 자부심 때문이었습니다.

▶ 인터뷰 : 서용기 /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2-1호
- "기분이 좋고 신기하지. 남이 못하는 걸 내가 하니까."

당국의 지원금은 80만 원에 불과하지만, 더 절실한 게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문어 오림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 인터뷰 : 서용기 /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42-1호
- "사무실이 없으니까 나 혼자 학교에 가서 가르치고 나와버리면 끝나니까 무의미하지. 배울 사람도 막연하고. 사무실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 것 아니야."

문어 오림을 배우는 사람은 큰딸을 비롯해 고작 두 명.

서용기 옹은 "한식의 정교함을 증명하는 장식음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MBN뉴스 이상은입니다. [ coool@mbn.co.kr ]

영상취재: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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