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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FT아일랜드 “무대서 욕이라도 할까요?”
입력 2012-09-07 08:07 

FT아일랜드도 벌써 6년차 밴드다. 기획사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밴드라는 이미지는 FT아일랜드에게 늘 꼬리표 처럼 따라다녔다. 실제로 이들의 지난 6년은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었다.
팬들이 느낄 정도면 우리는 더 화나고 아쉽죠. 이제는 좀 더 밴드다운 모습을 갖춰야 할 시기가 됐어요. 3년만에 정규 앨범인데 회사에 우리 곡으로 활동하겠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요.”(이재진)
실제로 이번 FT아일랜드의 정규 4집 앨범 ‘파이브 트레져 박스(FIVE TREASURE BOX)에는 타이틀곡 ‘좋겠어를 제외하고 ‘라이프(LIFE)와 ‘그 길(Compass), ‘페이퍼 플래인(Paper Plane), ‘렛 잇 고(Let it go), ‘그 길(Compass) 등 멤버들의 자작곡을 대거 수록했다. 타이틀곡을 양보한 대신 수록곡들에 자작곡들을 충실하게 담는 정도로 타협점을 찾은 것.
우리가 밴드냐는 식의 질문들을 받아오며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어요. 연습을 더 많이 해서 연주력을 늘려야겠다. 곡을 더 잘 써야 겠다는 등 계속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지적 받았던 것들이 어느정도 부분은 사실이고요.”(최민환)
근데 그렇게 해도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사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들조차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밴드를 밴드답게 만드는 건 연주력이나 송라이팅 실력만이 조건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냥 밴드는 무대에서 얼마나 밴드답게, 다섯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고 합을 잘 맞추는가 인 것 같아요. 그 것 만큼은 이제 자신있죠.”(최종훈)
그들이 받았던 핍박(?)만큼 성장한 것 만은 분명하다. 멤버들은 술 마시고 무대에 올라가서 담배피고 욕이라도 해야 밴드로 인정해 줄까요?”라며 웃었다.
사실 이들이 가요계에서 밴드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 FT아일랜드에게는 유독 지독한 꼬리표다.

부활에 채제민 선배님께 자주 고민을 털어놓는데, 인상적인 말씀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을 먼저 현혹시키고 설득시켜라 였어요. 어차피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 음악하시고 방송하시고 공연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에게 인정받으면 그분들을 시작으로 더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인정해 주실 거라는 말씀이셨죠.”(최민환)
뮤지션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라는 의미다. 라이브를 할 수 없는 방송환경에 대해선 멤버들 모두 다소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방송에서도 라이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을 많이 드려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죠. 우리가 그 분들에게 더 많이 보여드리고 인정을 받아야 할 것 같고요. 선배들도 좀 더 도와주시고, 밴드하는 후배들도 더 많이 나와서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송승현)
FT아일랜드는 팬들 역시 길들이고(?) 있는 중이다.
전에는 팬들부터 저희가 뭔가 아이돌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면 실망하고 떠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공연장에서 우리가 하는 거친 말들이나 행동들에 호응을 보내 주시기도 해요. 팬들 역시 우리의 변화만큼 변하고 있는 거죠.”(이재진)
‘정글북을 쓴 소설가 키플링은 ‘탐험가(The Explore)라는 시에서 이런 말을 썼다. FT아일랜드에게 하고 있는 말 처럼 들린다.

양심에 가책을 느낄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변한다. 밤낮 없이 속삭임은 반복된다.
뭔가 감춰져 있다. 가서 찾아라. 가라, 그리고 경계 너머를 보라. 경계 너머에 뭔가 감춰져 있다. 그것은 감춰진 채 널 기다리고 있다. 가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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