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검증'은 '안철수 현상'을 무너뜨릴까?
입력 2012-09-06 11:55 
최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안철수 서울대 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안철수 원장이 전세를 산 기간과 딱지 매입, 세금 체납에 대한 의혹입니다.

안 원장은 대담 집에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전세기간이 겨우 1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혼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안 원장은 서울 사당동의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이른바 '딱지'를 부모가 사 안 원장 부부가 여기에서 4년간 살았다는 겁니다.

또 이 아파트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서 한때 동작구청에 압류됐다는 겁니다.

안철수 측 해명을 들어볼까요?

금태섭 변호사의 해명을 보면, 안 원장은 이 집에서 4년간 산 뒤 이후 직장과 유학 등으로 여러차례 이사를 하면서 8년 동안 전세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또 신혼집 역시 안 원장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 아니라 축의금과 결혼자금을 모아서 산 것이라고 합니다.

'딱지 매입'과 관련해서는 부모가 주위로부터 소개받아 이뤄진 것으로, 25년이 지난 현재 그것이 불법이었는지, 아니면 적법한 거래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백방으로 노력해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세금 체납에 대해서는 유학 생활을 하느라 세금을 내지 못해 체납한 것은 맞지만, 귀국 후 세금을 모두 내 아파트 압류가 풀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정도면 된 걸까요?

이번에는 포스코 사외 이사와 스톡옵션 의혹이 나왔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4월 말 이사회 의장으로 있었던 포스코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3억 7천만 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 사외이사였던 박원순 시장은 사회적 논란이 일자 스톡옵션을 거절했는데 말입니다.

또 6년 동안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3억 8천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특히 유학 생활 당시에도 사외 이사를 유지해 포스코가 왕복 비행기표를 부담했다는 의혹입니다.

포스코에서 과도하게 혜택을 입은 탓인지 안 원장은 이사회에서 안건 대부분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안 원장은 대담집에서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고 했습니다.

그런 안 원장이 정작 포스코 사외 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할 때는 정 반대의 행동을 했다는 뜻일까요?

유민영 대변인의 해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스톡옵션 행사는 평가에 대한 보상이라는 하나의 제도이고, 상장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받은 정당한 보수라고 말했습니다.

위법 사실이 없는 정상적인 권리행사였다는 뜻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톡옵션을 거절한 것은 시민단체 출신이라 문제가 돼 그런 것이고, 안 원장은 기업인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거수기'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회사 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수정 찬성을 했고, 포스코는 이견이 있으면 사전 조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수 의견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개인적인 유학생활에도 비행기 표를 지원받은 것에 대해서는 포스코가 사외이사에 대해 비행기표를 지원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각종 의혹이 풀린 걸까요?

그러나 여기가 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안 원장에 대한 의혹과 검증 공세는 더 거세질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검증 공세와 의혹이 '안철수 현상'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리얼미터가 5일 전국 성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40.8%로 전일보다 0.6%p 떨어졌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전일보다 2.8%p 상승한 38.1%를 기록하면서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7%p로 좁혀졌습니다.

양자대결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7.5%로 전일보다 1.8%p 상승했지만, 안 원장은 45.4%로 전일보다 1.9%p 감소하며 다시 역전됐습니다.

검증 공세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고, 오차범위 이내로 큰 의미는 없다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빨리 못하는 것이 검증 공세 영향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특위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특위 위원장
- "지금에 와서 본인이 그동안에 자기가 강조했던 것이 조금 부정적인 측면에서 빚어지는 측면도 있다 보니까 오히려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아직도 결심을 못 하고서 지금 이렇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뭐 본인이 대통령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그러면 다른 형태로다가 나라를 위해서 뭘 하겠다고 하는 이런 식으로 받아드릴 수 있고 그러니까 아직까지 확실한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과연 실질적인 속내가 뭐라고 하는 것은 남이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안 원장 쪽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안 원장과 가까운 사이인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검증의 대상이라고 하기엔 조금 맞지 않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며, 오히려 이런 것들이 안철수 원장에 대한 이미지를 더 높여주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증다운 검증이 아니라, 트집잡기용 검증이 대부분이라 국민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의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인기가 아니라,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시대적 상황이 빚어낸 현상이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안철수 원장의 결심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원장에 대한 공방은 더 거세질 것 같습니다.

그 공방이 안 원장을 무너뜨릴지, 아니면 대선후보로 우뚝 서게 만들지는 모를 일입니다.

민심은 늘 요동치지만, 때로는 쉽게 흔들리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