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캠프 '경제민주화' 내부 갈등 커지나?
입력 2012-09-05 11:48  | 수정 2012-09-05 17:23
경제민주화를 놓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내분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새누리당은 올 초 정강 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은 데 이어, 대선 정책에서도 '경제민주화'를 공식화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8월20일)
- "어느 한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걸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얻도록 만들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박 후보는 이어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대선 정책 공약 개발을 주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습니다.

당내 논란에도 김종인 위원장에게 확실히 힘이 실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늘 견제가 있기 마련이겠죠.

경선 캠프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같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는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한 홍사덕 전 의원이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바로 장하준 영국 케이브리지대 교수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역임한 정태인 씨의 영입론입니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성향의 세계적 학자이고, 정태인 씨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며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진보학자입니다.

홍 전 의원은 '두 분의 저서를 읽어보니 담론 중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이 있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진보 성향 그룹이 있는데, 그 중 장하준 교수가 가장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새누리당에 갈지 여부는 차치해놓더라도, 두 사람의 영입설 자체가 새누리당 내에서 나온 것이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정말 새누리당이 제대로 경제민주화를 할 모양이다는 반응과 영입 가능성이 없는 것을 알면서 벌이는 '정치적 쇼'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장하준 교수와 정태인 씨가 정말로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 어떤 사람이 가장 불편해할까요?

바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일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장하준 교수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느냐. 나는 그 사람(장하준)이 경제 민주화와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 전 의원이 그를 데려다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영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런데 홍사덕 전 의원은 갑자기 장하준 영입설을 꺼냈을까요?

혹 김종인 위원장에게 이른바 '박심'이 지나치게 기우는 것을 걱정한 것일까요?

홍사덕 전 위원과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홍 전 의원이 김무성 전 의원 등 이른바 보수 대연합을 위한 비박 포용론을 제기하자 김 위원장이 그런 사람들은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어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장하준 교수 영입설'에 대해 '모르는 일이다. (홍사덕 전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장하준 교수의 책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제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후보는 누구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요?

어쨌든 두 사람의 신경전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신경전이 뜨거운 사람은 또 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입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오늘 아침 예산당정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9월5일)
-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하느라 정신없고, 그래서 기업들이 의욕 떨어지고 국민 불안해하고 이러는데 정부라도 흐름을 거시경제 안정시키고 하는 건 매우 큰 역할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를 '정체불명', '포퓰리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를 전달한 재계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듯한 발언입니다.

이 말을 들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마음이 편할 리 없겠죠.

김 위원장은 '당의 대선후보가 출마선언과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야기한 경제민주화를 그 당의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얼마 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특위 위원장(8월16일)
- "반드시 내 논리대로 가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거기(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아마 주변의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저도 과거의 관습에 젖어서 본인 스스로 변화를 안 하려고 할 수도 있겠다, 이거예요. 근데 그거(경제민주화)를 안 할 것 같으면 내가 보기에는 선거에 어렵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요."

박근혜 후보는 어제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도 '경제민주화로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 당의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며 직접 교통정리를 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박 후보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그런데 박근혜 캠프의 경제민주화 논쟁이 단순히 인식 차이에 따른 논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혹 박근혜 캠프 내 '권력 다툼'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유력 대선 후보 주변에는 늘 힘있는 '2인자'가 있었습니다.

대선후보가 되기도 어렵지만, 그 옆에서 확실한 '2인자'가 되기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박근혜 후보 주변의 권력 지도 그리기는 이제 막 시작된 걸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 (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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