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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홍선 감독 “임창정, ‘공모자들’로 배우 인생 달라졌으면…”
입력 2012-09-02 09:40  | 수정 2012-09-02 23:25

배우 임창정의 변신에 까무러치게 놀랄지 모른다. 범죄스릴러 ‘공모자들에서 임창정은 웃음기를 쫙 뺐다. 0.001%도 없다. 영화는 임창정의 달라진 모습에 이어 장기 적출과 밀매라는 소재, 후반부에 몰아치는 반전으로 관객의 심장을 덜컹거리게 한다.
‘공모자들은 지난달 29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누적관객은 1일까지 벌써 56만명(영진위 기준)을 넘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고 소재 때문에라도 불편할 수 있는 영화지만 호응을 얻고 있다. 극의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 반전이 관객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는 다른 말이다. ‘공모자들의 수장 김홍선(36) 감독의 연출 실력은, 데뷔작이지만 첫 영화를 만든 감독 같지 않다.
배우들의 힘이었던 거죠.” 김 감독은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관심과 호평에 겸손해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특히 장기밀매 현장총책이자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영규를 연기한 임창정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믹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그를 강렬하고 잔인한, 그러면서도 또 일말의 인간적인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 그렸다. 코미디로 소비하기 쉬운 임창정이라는 배우에게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드러냈다.

김 감독은 ‘임창정은 까다로운 배우다라는 얘기와는 달리 너무 잘 해줬다”며 감독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배우”라고 회상하며 감독들한테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좋아했다.
처음부터 김 감독은 임창정에게 코미디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의 버릇이 돼 버린 것 같은 트레이드마크인 고개 흔들기, 구부정하게 걷는 걸음 등을 금지했다. 김 감독은 창정 선배의 코믹한 모습을 남녀노소가 다 아는데 극 중간에 그런 게 하나라도 있으면 이 영화에서 이전에 쌓아놓은 캐릭터가 무너질 것 같았다”며 시나리오 초고에는 말랑한 면이 있었지만 창정 선배가 캐스팅되면서 그런 건 다 버렸다”고 회상했다. 애드리브도 있었지만 모두 편집했다. 이번 영화가 분명 임창정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하니 그는 창정 선배가 나로 인해서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한다며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었다.
임창정 뿐 아니라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에서 변화를 준 최다니엘과 조윤희, 섬뜩한 외과의사로 나온 오달수, 가슴노출을 감행한 정지윤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해하며 고마워했다. 앞서 임창정과 최다니엘은 김 감독의 두둑한 배짱을 칭찬한 바 있다. 또 배우들이 최선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푸시한다고 했다. 촬영 당시에는 힘들었겠지만 배우들에게 독이 아니라 약이 됐음에 틀림없다.
영규 밑에서 운반책을 맡은 준식을 연기한 조달환과의 관계는 특별하다. 각별한 사이가 됐단다. ‘공모자들이 ‘따이공이라는 제목으로 준비가 될 때 김 감독은 준식 역할에 조달환을 미리 점찍었다. 100% 신뢰했다. 하지만 투자사와 다른 배우들이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밀어붙였고, 임창정도 도움을 줬다.
함께 하자고 해놓고 4개월이 지난 상태였죠. 의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연기 능력이 대단해요. 다른 사람들은 달환씨가 찾아와서 아부해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저 다음으로 달환씨가 시나리오를 가장 많이 읽었을 거예요. 관계자들이 시나리오 상 준식이와 달환씨의 이미지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가 안 나오게 시나리오도 달환씨에게 맞춰서 다 바꿨죠. 그럼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요.”
김 감독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가서 설득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창정 선배도 도움을 줬다. 창정 선배가 ‘비트 때 내가 그 역할을 안 했으면 지금의 임창정은 여기 서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달환씨 캐스팅에 힘을 실어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렇게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가 등장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집단을 소재로 한 이야기. 한 주간지에 실린 신혼부부 장기 밀매 사건을 보고 김 감독이 만들어냈다. 정치, 사회에 관심 많고 중학생 때부터 다큐멘터리 PD를 꿈꿨던 김 감독의 의지가 깃들었다. 그는 예전부터 사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들을 좋아했다”며 이번 영화도 고발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사회 현실을 담았다”고 했다.
아주대학교(국문·영문학)를 졸업한 김 감독은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과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필름메이킹을 전공했다. 2003년에 한국에 들어와 EBS에서 잠시 몸을 담았다. 그러다 ‘피아노, ‘건빵선생과 별사탕 등을 연출한 오종록 PD를 만났고, 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과 ‘워킹망, ‘스타일, ‘대물의 조연출로 참여했다. 알게 모르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스승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대사 속에 넣었던 그지만 너무 과격한 표현이라 드러내야 했다. 그는 스승에 대한 오마주가 편집돼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여성 관객들에게 집단 비난을 받지 않게 된 데 대해 신민경 편집기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신 편집기사는 ‘세븐데이즈, ‘도둑들 등을 통해 속도감 있는 영상과 적절한 포인트를 잡아준 편집의 대가. 김 감독은 잔인함의 경계와 상업성, 여성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다”며 과격한 대사들은 여성 관객들에게 비호감이 될 수 있으니 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당초 2시간 5분이었던 영화를 15분 정도 잘라냈고, 또 몇몇 신경을 쓴 장면을 한 신만 남겨놓고 찍지 못해 통으로 들어낸 부분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영규와 유리(조윤희)의 애틋한 장면도 집어넣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김 감독은 아쉬운 게 분명 있지만 상황과 시간 안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 사디즘을 통해 충격을 받았으면 한다. 또 관심을 갖고 생각해봤으면 한다는 의도가 전달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언니네홍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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