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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창정 “아내, 내 첫 악인 연기 보더니 ‘대~박’”
입력 2012-09-02 09:07  | 수정 2012-09-02 10:10

폭소를 몰고 다니는 사나이, 임창정(39)은 그런 배우다. 영화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1번가의 기적 같은 작품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고, 그의 연기 DNA는 ‘코믹에 더 어울리는 듯 했다.
그런데 이 배우, 연기인생 23년 만에 대형사고를 쳤다. 옆집 오빠 같던 소탈한 이미지는 휴지통에 버리고 쥐도새도 모르게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적출해 불법 매매까지 일삼는다. 악행의 집합체, 그래도 한번쯤 웃기겠지 하는 사람들에겐 제대로 한방 먹인다.
최대 사건이죠. 하하!” 스프링처럼 퉁겨져 돌아온 대답.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29일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집단의 이야기. 임창정은 장기밀매 총책 영규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스릴러는 항상 동경해왔던 장르에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영규에 완전히 몰입됐죠. 어떤 분석도 하지 않았고 걸음걸이, 말투, 표정 하나 하나까지 감독님의 주문대로만 했어요. ‘임창정 버리기가 완벽한 영규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이었으니까요.”
촬영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임창정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촬영하면서도 스스로 기분이 나빠졌다”고 했다.
‘뼛속까지 양아치라는 대사가 있어요. 온몸으로 공감했죠. 내 행복을 위해 남의 생명을 빼앗는 비열한 캐릭터니까요. 내가 만약 영규라면 당연히 그런 선택 안 하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내가 아닌 내 아들 혹은 부모님, 가족의 생명이 위급하다면? 선뜻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영규를 연기할 수 있었나 봐요.”
임창정은 과격한 액션신을 찍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에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쪽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던 빡빡한 촬영 일정은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들었다.
크고 작은 부상들이 많았어요. 최다니엘과 추격신을 찍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숨을 쉴 수가 없는 거예요. 병원에 가보니 갈비뼈에 금이 갔대요. 한 동료 배우는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신을 찍다 진짜로 죽을 뻔 했어요. (웃음)”
생생한 부산 사투리 연기는 이번 변신에 한몫 했다. 현장 과외 선생님만 5명, 부산 현지에 내려가 사투리 습득을 위해 매진했다.
사투리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어투, 억양 흉내만으로는 부족한데, 부산 사람들의 진짜 정서를 입으로 전달해야 했어요. 열악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촬영 내내 긴장감을 풀 수 없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최다니엘과의 최후 대면을 꼽았다. 영규의 분노 수치가 최절정에 이르는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그 장면은 사전 리허설 없이 감정 상태를 극대화 해 한 번에 갔어요. 배우, 감독님 모두 ‘다시 찍어도 이보다 잘 할 수 없겠다는 눈빛을 주고 받았죠. 가장 공들인 장면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에서 영규는 버릇처럼 저질러 왔던 자신의 악행에 ‘자각 같은 걸 한 것 같아요. 지금도 그 감정이 생생하네요.”
죽기 살기로 찍은 작품. 후회는 없다. 만족도도 기대 이상이다. 실제로 어느 때보다 임창정의 연기를 향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코믹 전문 배우가 아니라 ‘배우라는 걸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뻐요. 작품을 본 지인들이 ‘장르적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네 연기는 최고였다고 응원을 많이 보내줬어요. 특히 아내가 영화를 보고난 후 바로 ‘대박 나겠어! 하더라고요. (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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