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100만 불짜리 쇼" "표를 쫓는 불나방"
입력 2012-08-30 14:19  | 수정 2012-08-30 17:38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광폭 행보를 놓고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박근혜 후보의 깜짝 행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자신을 독재자의 딸이라 부르고, 참여정부 내내 대연정과 4대 법을 놓고 내내 부딪혔던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왜일까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간 것은 왜일까요?

박근혜 후보의 말처럼, 정말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대통합을 향한 행보였을까요?

박 후보의 깜짝 행보는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는 것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전태일'이라는 이름 석자는 박정희 시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당하고 희생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의 상징입니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산업화 시대 성장의 빛에 가려졌던 그림자도 보듬겠다는 의도였을까요?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묘역과 이희호 여사를 방문한 것과 달리, 전태일 재단의 방문은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후보의 헌화를 가로막았고, 전태일 씨 유족들은 박근혜 후보가 쌍용차 노동자들의 분향소와 용산 참사 유족을 만나고 온 뒤에 전태일 재단을 방문해도 늦지 않다며 박근혜 후보의 방문을 거절했습니다.

유족인 전태삼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전태삼 / 전태일 열사 동생
- "나는 오늘 여기서 일방적으로 사전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하지 않는 행동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일방적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모든 사람들에게 정당화하려고 하는 그런 독선적인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족 측과 노동자들의 반대로 박근혜 후보는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돌아서는 박근혜 후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대통합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했을까요?

표정은 담담했다고 합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의 논평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상일 / 새누리당 대변인
-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려 한 것은 산업화 시대 아픔을 이해하고 그 시대 그늘진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그늘진 곳에서 힘든 삶을 사는 분들에 다가갈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밝게 살 수 있는지 정책을 만들어 제시할 것입니다. 아무리 방해하고 장막 쳐도 국민통합 행보를 막지 못할 것입니다. 민생현장에 달려가 서민 손을 잡고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계층 간 세대 간 갈등 조장하는 세력 물리치고 국민통합 100% 대한민국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대변인이 말하는 국민통합 행보를 방해하고, 장막치고,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은 누굴까요?

박근혜 후보 역시 마음속에서 이런 적대적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걸까요?

그러면 왜 박 후보는 이들을 향해서 손을 내미는 걸까요?

박근혜 후보는 전태일 재단 방문이 무위로 그치자, 다음날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대통합 행보의 방식을 재점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박 후보는 진정성 있게 다가서려 하는데, 국민 눈에는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효종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은 박 후보의 행보가 '정치적 쇼라고 해도 멋진 쇼는 박수갈채는 받는다'며 '이건 사실 100만 불짜리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정성 여부를 떠나 국민 눈에는 '어 박근혜가 바뀌었네'라는 인상을 주고, 닫혔던 마음도 여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후보의 행보는 진정성 없이 표만 쫓는 불나방 같은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강기정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정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후보로 뽑히자마자 전직 대통령 방문한 것은 예우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고 보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22명씩 죽었는데,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재단을 찾아가는 진정성이 없어 보입니다. 역사에 대한 답변, 그리고 재단에 갔을 때, 가기 전에 최소한 노동 문제에 대한 자기 입장이 있지 않고서는 여전히 표를 보고 쫓는 불나방처럼 보인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박근혜 후보가 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 유족도 만나고, 박정희 시대 대표적 공안 사건이었던 인혁당 사건 유족들도 만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유신과 관련해 언급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새누리당 이철우 대변인의 말과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했던 윤상현 의원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철우 / 새누리당 대변인
- "(용산사태 유족은 만날 계획이 있군요. 박근혜 후보가) 모든 어려움에 대해서는 누구나 만날 계획이 있으니까 그것은 충분히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들도 못 만날 이유가 없죠. 다들 만나서 화해하는 그런 입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의원
- "박근혜 후보도 결국 유신에 대해서 말씀하실 겁니다. 유신을 통해서 많은 분이 인권 탄압을 겪었고 그분들에게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때 고통당한 분,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지도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그거에 대해서 그런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진정성을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는 새누리당 내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썼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역사 인식을 갖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화해니 통합이니 하고 돌아다니려면, 먼저 무엇이 다른지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근혜 캠프는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민주통합당이야 야당이 원래 그러니 애써 무시한다고 쳐도, 같은 당에서 나온 의견도 그렇게 치부할까요?

아니면 박근혜 후보의 행보를 수정할까요?

박근혜 후보는 그의 말처럼 100% 국민 대통합을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만나야 그게 가능할까요?

박근혜 후보는 오늘도 대통합 행보와 관련해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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