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눈빛에 꼭 빨려들 것만 같다. 배우 정유미(29). 이 시대 로맨스의 진수를 그린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성공적으로 끝낸 그녀에게선 여전히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주열매의 향기가 폴폴 풍겼다.
최근 통의동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정유미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이하 ‘로필2)에 대해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편집하시다 ‘너희 연기 왜 이렇게 잘 하니? 말씀하시더라고요. 편집 하시다 운적도 있다 하셨고요. 대박.”
오후 내내 이어진 인터뷰에 지쳤을 법도 한데 정유미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빙글빙글 미소를 보였다. 직접 모니터 해본 소감을 묻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드라마 왜 이렇게 재미있어요?라고 감독님께 반문한 적도 있다” 했다.
두 달 전,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제작발표회 당시 정유미는 캐스팅 소감에 대한 질문에 ‘왜 나지?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유미 하면 진지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꽤나 강했다. 지금도 그녀는 왜 주열매가 자신이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했다. 다만 자신을 믿고 선택해 준 감독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없던 용기도 생기고, 어찌 보면 내가 보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도 맞을 수 있겠구나 싶었죠.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 시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연애를 많이 해 본 친구들의 공감이 큰 힘이 됐어요. ‘넌 그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연기)해?라는 얘기를 들을 땐 은근히 기분 좋았고요. 두 남자를 동시에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땐, 연애 좀 해봤다는 한 친구가 그런 감정이 가능하다고 얘기해준 덕분에 대본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해졌죠. 비록 제가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데 제일 안심이 됐어요.”
‘로필2에 열광한 시청자들은 주열매와 오랜 연인 윤석현(이진욱 분), 완벽남 신지훈(김지석 분) 사이의 삼각 로맨스에 매 회 울고 웃었다. 하지만 정작 촬영장은 역시나 전쟁터였단다.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앞으로만 쭉쭉 나가야 했죠. (스토리, 연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한편으론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찍는 동안 실제로 연애하는 기분이 들진 않았느냐고, 준비해 둔 질문이 무색해 질 정도였다.
스토리에 감정이 매몰돼 헤어 나오기 힘들어지는 여유조차 호사였다. 만약 극에 빠져들었다 못 헤어 나오면 아마 그 다음 촬영이 힘들어졌겠죠?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 이대로도 만족해요.”
이에 대해 정유미는 대본에 써 있는 대로 한 것 밖에 없다. 그 말(대사)을 할 수 있게 해준 대본의 힘이 크다”면서도 기분좋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극중 윤석현의 불치병이 두 사람 사이를 결국 이어주게 된 매개가 된 것이 아니냐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유미의 생각은 어떨까.
그렇죠, 아쉽죠. 당시로선 ‘왜 아파? 신파야?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면, 그건(병)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중요하지 않은 것이에요. 그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마음이 다른 무언가를 통해 보여진 것이지, 사실 병이 큰 무언가를 준 건 없거든요.”
정유미를 비롯해 이진욱, 김지석까지 모두 다 ‘로필2에 워낙 몰입했기 때문일까. 연기와 실제의 경계는 분명한 듯 모호했다. 석현과 이루어지는 결말로 촬영을 하려는데 지석 오빠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고요. 오빠도 신지훈을 연기한 거니까. 그런데 또 지훈이랑 있을 땐 석현 오빠(이진욱)가 그러고. 다들 캐릭터 그 자체였어요.”
‘로필2에 열광한 시청자만큼이나 그녀 역시 ‘로필2를, 주열매를 떠나보내기 못내 아쉬운가보다. 애써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토록 뜨거웠던 열매의 여름이었기에, 이렇듯 예쁜 추억을 공유한 시청자들로서는 정유미의 새로운 변신을 기다리는 시간 또한 어렵지 않을테니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