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독도', 그리고 박정희·노무현·이명박
입력 2012-08-13 13:42  | 수정 2012-08-13 17:35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권에 때아닌 독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대명제를 부인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겠죠.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다시 '독도'가 정치권 논쟁이 되는 걸까요?

대선을 앞두고 '독도'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걸까요?

정치권에 독도 논쟁을 가져온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독도 방문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방문했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대통령
- "동해 동단에 있는 게 독도 아닌가. 동단의 독도를 잘 지켜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 방문은 솔직히 많은 사람에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였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우리 땅을 가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데도 말입니다.

왜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될 수 있는 대로 일본을 자극하려 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21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을 일류 국가로 만들고자 일본과 관계를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 1월12일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고,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일본과 유연한 관계, 실용적 관계를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불현듯 독도를 방문한 이유는 뭘까요?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이 대통령은 '일본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거나 대립각을 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그동안 너무 무성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와 교과서 역사 왜곡, 집요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의미일까요?

경상북도가 독도에 세울 표지석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 이름도 새겨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런 것들이 썩 맘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독도 분쟁화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종걸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독도 방문을 하기 위한 준비와 기타 여러 가지 누적된 명분 만들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왔다갔다하는 방식, 또 깜짝 정치쇼 하는 방식으로 독도 희화화시키면 안 됩니다. 독도는 일개 정치, 한 정치인의 외교의 대상이고 또 정치의 대상이 아닌 엄중한 대한민국 영토란 점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단호한 의지가 있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지 않은 것은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대비시켰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고 노무현 전 대통령(2006년 4월25일)
-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의한 점령지의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과 학살, 40년간에 걸친 수탈과 고문, 투옥, 강제 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것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독도는 완전한 주권 회복의 상징입니다."

새누리당도 논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야당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깎아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황우여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최근 일부 정치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오해 일으킬만한 발언을 한다든지 독도 방문에 대해 폄하 발언을 하는 것은 국익위주 외교와 정치인으로서 도리 아닙니다. 자세를 정돈해 더는 이런 발언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독도 논쟁에 뛰어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의 설전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수교협상 문제를 해결하려고 독도를 폭파해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8월13일)
- "(한일 수교회담이) 독도 문제를 분명히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이 지속적으로 독도 문제를 가지고 공세를 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죠.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가 특히 박정희 정부가 대단히 친일적이었고, 회피하는 태도였다는 점에서 자신 있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박근혜 후보 쪽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박 후보 측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10일 '외교 문서에 따르면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 측에서 한 것'이라며 사실 왜곡하는 일을 그만두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문 후보 측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이 담긴 '미국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을 제시했고, 박 후보 측은 2005년 한일 외교 기록을 공개하며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 관료가 먼저 했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습니다.

다만, 문재인 후보 측의 비망록은 사적 기록에 불과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하며, 독도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독도 논쟁은 이 시점에서 불가피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까요?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 방문은 갑작스런 독도 논쟁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까지 상기시켰습니다.

대선을 앞둔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맞붙는지라 독도 논쟁이 그리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정치적 행위는 무관한 듯 보였던 또 다른 여러 정치적 행위를 낳고, 현재는 늘 과거의 반복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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