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경선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화난 친박계
입력 2012-08-06 13:30  | 수정 2012-08-06 17:36
새누리당의 지난 주말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전쟁 같았습니다.

공천 헌금으로 의혹이 불거지자 비박 경선주자 4인은 느닷없이 경선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8월3일0
- "당시 원내대표 겸 핵심 비상대책위원이었으며 현재 당 대표인 황우여 대표가 8월4일까지 책임지고 사퇴하라. 사퇴하지 않을 때 우리 4명의 후보는 중대한 결심을 할 것입니다."

중대 결심이란 경선 불참을 말합니다.

황우여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자, 이들은 당장
3일 밤 TV토론회에 불참했습니다.

그리고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친박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경선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걸핏하면 경선 불참을 한다며 떼를 쓴다'

'당을 깨자는 것이냐'

거친 말들이 오갔습니다.

박근혜 후보 역시 '경선 보이콧은 당을 망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성을 되찾고 즉각 경선에 복귀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성을 되찾으라는 말은 사실상 비박 후보 4인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었을까요?

친박계는 비박 후보들이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 명분 뒤에 숨은 진짜 뜻은 '박근혜 흔들기'라고 보는 듯합니다.

안상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상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8월3일)
- "상황 진전을 봐가면서 박근혜 위원장도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깐 그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위원장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은 뭘까요?

당시 비대위원회를 이끌고, 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후보가 책임을 지고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뜻일까요?

어쩌면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박근혜 후보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 정도는 원했던 것일까요?

임태희 후보의 말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임태희 / 새누리당 후보(8월5일)
- "마침 안상수 후보께서 지금 검찰에서 조사중인 사건이 사실임이 확인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에 대해 견해를 밝히라는 것은 저는 매우 제기할만한 제의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

친박계와 당 지도부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김영우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영우 / 새누리당 대변인(8월4일)
- "당을 위해 두 번씩 헌신했던 우리당의 유력 후보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당 지도부도 헌신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김영우 대변인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공천 헌금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사람이 진 셈일까요?

어쨌든 어제 박근혜 후보와 비박 후보 4인, 그리고 황우여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이 만난 '7인 연석회의'에서 비박 후보 4인은 다시 경선에 나서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자신들이 경선 불참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황우여 대표의 사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물론 황우여 대표가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한다'는 모호한 합의사항이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너무나 쉽게 다시 말과 태도를 바꾼 비박 후보 4인.

경선이 정말 애들 장난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들이 박근혜 후보 책임론과 자진 사퇴 얘기를 꺼내는 순간,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들을 향한 격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 원로는 물론이고, 평당원까지도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경선 후보와 당이 정면대결하는 모양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선 일정은 대국민 서약인 만큼 어떤 경우라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당내 분위기는 결코 비박 후보 4인의 편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비박 후보들로서도 물러나지 않고 버틸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임태희 후보는 연석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이 입을 상처에 대해 고민하면서 비박 주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경선 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과 경선 참여는 마치 짧은 한여름밤의 촌극처럼 막을 내렸습니다.

런던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4강 진출과 이어진 금메달 소식으로 새누리당 사태에 관심이 덜한 것도 있었겠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라 영문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찌 됐든, 내분 사태는 이렇게 봉합됐고, 비박 주자들은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오늘 서울지역 대선 경선 합동연설회에 참가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도 감정을 추스른 듯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후보(8월5일)
- "진위를 가리고 있고 사실 여부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의혹이 얘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안타깝고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2004년 지방선거 당시 중진 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어서 당이 먼저 수사 의뢰와 고발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노력해왔는데도 이런 의혹이 불거져 참으로 민망스럽습니다. 만약 제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면 더 엄격하게 처리를 할 것입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태도를 유보했던 것과는 달라진 듯 보입니다.

4월 총선 당시 당을 이끌었던 비대위원장으로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어쩌면 인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공천 헌금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분 사태는 모두 정리된 것일까요?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나오거나 공천 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내분 사태는 또다시 불거질 거라고 봅니다.

과연, 비박 주자들과 박근혜 후보가 한배를 타고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 갈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