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때리기'를 대하는 '안철수의 대처법'
입력 2012-08-02 12:04  | 수정 2012-08-02 18:36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 행보를 보이고,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새누리당의 본격적인 안철수 때리기도 시작됐습니다.

안 원장 역시 이제 '존경받는 사회 저명인사'에서 '검증이라고 하는 혹독한 시련'을 달게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가고자 하는 길이 그 길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또 피해서도 안 되는 검증 말입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SK 최태원 회장의 구명을 위해 안 원장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최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겁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삽시간에 번졌고, 안철수 원장은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내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입니다.

이것으로 끝난 걸까요?

새누리당은 안 원장의 해명이 변명이라며 '안철수 때리기'를 계속했습니다.


급기야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까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 "(안 교수의 책과 행동이 모순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 중의 하나고. 그런 것이…."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안철수 연구소와 SK그룹이 2000년 무선보안회사 ‘IA시큐리티 설립 당시 각각 45%와 30%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안 원장은 'IA시큐리티' 대표이사 당시 탄원서를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벌 2·3세와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V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인정상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안 원장 측의 설명과는 다릅니다.

동업자를 구하려고, 사업적 이해관계 때문에 탄원서를 냈다는 말일까요?

안철수 원장 측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억지 논리다.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어느 쪽 말이 맞는 걸까요?

'안철수 때리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안 원장이 재벌의 은행업 진출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안 원장이 지난 2001년 앞서 언급한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재벌의 은행업 진출로 비친 인터넷 전용은행인 '브이뱅크' 설립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브이뱅크'는 금산 분리 원칙과 자금 확보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지만, 여기에 참여한 게 사실이라면 안 원장이 최근 말한 엄격한 금산 분리 원칙과는 배치됩니다.

안 원장 측은 이번에도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안 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브이뱅크 설립부터 참여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 연구소가 자회사를 통해 사업상의 문제로 브이뱅크 증자에 3,000만 원가량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금산 분리에 대한 안 원장의 말과 다른 행동을 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IT 보안 업체인 '안철수 연구소'가 당시 IT를 활용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B2C 은행' 사업에 참여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있는 걸까요?

안철수 원장이 지난해 9월 한 인터넷 매체와 가진 강연에서 한 말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금융사범은 반 죽여놔야 한다' '사형을 왜 못 시켜요?'와 같은 거친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사범에 대해 안철수 원장이 한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원장 / (2011년 9월 오마이뉴스 강연)
- "사기꾼들이 왜 사기를 치는가? 보면 두 가지로 판단해요. 하나는 내가 잡힐 확률이 얼마인가 그것을 보고요, 한번 잡히면 얼마나 손해 보는가? 그래서 곱한 금액이 자기가 번 금액보다 작으면 범죄를 저지르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에 금융사범들이 많은 이유가 한번 해먹고 어디 숨겨놓고 형 몇 년 살다 오면 평생 먹고살거든요. 걸릴 확률도 낮고요, 그래서 범죄자들이 많아져요. 현대 같은 사회에서는 법률제도도 바꿔야 합니다. 감시도 강화해야 하지만 징벌적인 배상 같은 것으로 해서 잡힐 확률은 높이기 어려워요. 전문성들이 워낙 좋아서. 대신에 어쩌다 한번 잡히면 반을 죽여놔야 되요. 지금 같은 사회에서는 누구 사기 쳐서 재산을 박탈하면, 그게 금융사범이 살인보다 더 나쁜 일일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런 사람 사형을 왜 못 시켜요? 그런 식의 혁신적인 발상으로 바꿔 놓아야 그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죠. 국은 다 연결이 되는데요, 실패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면 그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죽여놓아야 해요."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지능적인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은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안 원장에게 1조 5천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최태원 회장은 어떻게 비쳤을까요?

동기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그를 위해 탄원서를 쓴 행동은 지능적 경제사범을 '반 죽여놔야' 한다는 말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안 원장 측은 강연 전체 맥락을 보면 무슨 뜻에서 한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치졸한 비판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사람들의 생각도 각각 다릅니다.

'반 죽여놔야 한다'. '사형 왜 못 시키느냐'는 거친 말을 내뱉는 안철수 원장을 보면 적어도 우유부단하지 않다는 긍정적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너무나 가혹하다' '개인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전체주의자'같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안철수 때리기가 시작된 만큼 지지율 거품이 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도덕성과 깨끗함이 상징인 안 원장에게 조그만 얼룩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오히려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질린 국민에게
또다시 네거티브 공세를 하는 것은 공세를 벌이는 쪽에 반감만 키울 것이라는 겁니다.

과거 행동이나 발언이 잘못됐을 때 즉각 시인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안철수의 말'과 '안철수의 행동'은 한결같은 것일까?

아니면 그때그때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일까?

'안철수 때리기'와 '안철수의 대처법'은 어떻게 물리고 물릴까?

안철수 원장은 이달쯤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런 궁금함이 풀릴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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