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가 모르는 나…'블랙아웃'의 공포
입력 2012-07-31 21:20  | 수정 2012-07-31 21:24
【 앵커멘트 】
술을 많이 마시고 난 후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여러분은 혹시 블랙아웃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성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이 블랙아웃을 종종 겪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웃고 넘어가기 어려운 블랙아웃의 공포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술에 취해 차도를 점령한 사람들.

파출소에 도착해서는 아예 옷까지 벗어 던지고 난동을 피웁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의 '만행'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26살 동갑내기 중학교 동창생 다섯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소주와 맥주 폭탄주를 시작으로 술병이 쌓여갑니다.

「얘는 취했어요! 뭐 먹었다고 취해, 이거 먹고!」

두 시간 동안 이들이 마신 술은 소주 9병.


술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취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주차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차가 여기 있다며? 이 원수야 차가 저쪽에 있대요. 」

노상방뇨에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술이 술을 먹느냐, 사람이 술을 먹느냐? 모르겠다.」

얼큰하게 취한 다섯 사람, 다음날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전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만 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잔줄 몰랐어요. 아무 데서나 자면 안 되니까 좀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

블랙아웃은 더 큰 사회적 재앙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폭행이나 강도, 성폭행과 살인 등 강력 범죄들이 만취 상태에서 자주 발생지만 정작 이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심각한 뇌 손상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블랙아웃을 경험했다는 서른 살 유민아 씨.

▶ 인터뷰 : 유민아 / 블랙아웃 경험자
- "술을 열 번 정도 먹으면 7~8번은 기억이 안 났고요. 주량은 소주 한 병 반 정도 먹으면 전날의 일이 기억이 안 나요."

유 씨의 뇌파 검사와 심리 상담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정상인보다 전두엽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전용준 /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 원장
- "판단 능력이나 충동 조절 능력 등을 저하시키고, 또 기억력을 감퇴시켜서 결국은 알코올 치매나 여러 가지 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상태로 갈 수 있는 뇌파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을 음주 후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쯤으로 여기고 방치했다가는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지나치게 관대한 음주 문화와 폭음, 자신과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

MBN뉴스 정광재입니다.
[indianpao@hanmail.net]

구성 : 최미희 / 촬영 : 김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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