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여자로 하여금 묘한 질투심을 발동하게 한다.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예뻐?” 이런 부러움은 기본이다. 급기야 알 수 없는 깨달음까지 얻게 만드니, 뮤지컬 ‘라카지에서 보여준 김다현표 ‘앨빈의 힘일까.
개인적으로 ‘앨빈은 제 배우 인생 최고의 모험이죠. 나이를 비롯해 여러가지 부분에서. 제가 맡기에 앨빈은 좀 버거운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단번에 거절했어요. 근데 작품의 노래, 춤, 이야기까지 너무 완벽한 거예요.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여장 경험을 했지만 이번엔 정말 갈 때까지 간 것 같아요. 파격 변신의 끝? 당분간 이런 여성적인 혹은 강한 역할은 못할 것 같아요. 아니, ‘앨빈 능가하는 캐릭터는 없을 겁니다. (하하)”
여성성을 지닌 게이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모든 것은 ‘주변 관찰”에서 출발했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 길거리의 여성들까지 모두 살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좀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어요. 가장 많은 도움이 된 친구들이죠. ‘앨빈은 외모 뿐 아니라 내면의 깊은 모성애를 지니고 있어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다보니 나중엔 나도 모르게 그냥 앨빈과 일체가 되더라니까요. 게이, 여성, 남성 이런 구분을 넘어 그냥 앨빈 그 자체요.”
김다현표 앨빈은 한 마디로 전통 모성을 지닌 젊은 엄마다. 더블 캐스팅 된 정성화의 앨빈이 위트 넘치고 푸근한 앨빈이라면, 김다현의 무대는 섬세한 감정선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작품을 하는 내내 엄마가 떠올랐다”며 추억에 잠기는 듯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과거의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됐고 저 역시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큰 틀을 갖고 아이의 인생을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게 아빠의 사랑이라면, 모성은 그 틀을 형성하는 매 순간 아이의 곁에서 모든 걸 세심하게 신경 쓰는 구체화된 사랑 같아요. ‘엄마는 위대하다단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됐죠.”
캐릭터와 너무 사랑에 빠진 나머지 후유증도 있다. 그는 나도 모르게 손동작을 쓰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말투가 여성스러워 졌다. 대화 중 리액션도 많아졌다”며 웃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이런 습관이 나와 웬만하면 집에서는 말을 안하려고 한다”고 또 한번 씽긋 웃었다.
여자만의 특혜가 있는 것 같아요. 여자는 그야말로 꽃이죠. 향기가 나는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더 예뻐하게 되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신을 가꾸는데 부지런한 여성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누릴 건 누리고 살아야죠.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고영빈과의 호흡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사실 남자끼리 스킨십을 하고 다정한 말을 주고받는 게 연기지만 쉽지 않잖아요. 평소에 의견 교류를 많이 했고 친하게 지내 연기를 하는 모은 순간이 편안했죠. 사람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다 상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의 과정이 중요하죠. 결국 다 자기 마음먹기에 달린 건데… 앨빈이 그랬던 것처럼 ‘자학 보다는 건강한 해결점을 찾아 스스로 행복해졌으면 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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