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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바람사’ 차태현의 원맨쇼라고? 예상치 못한 블록버스터
입력 2012-07-26 16:22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는 케이퍼 무비로 분류할 수 있다. 조선시대 금보다 값진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훔쳐내길 계획하고 그 실행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며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천재 지략가(차태현), 조선 최고 무인(오지호), 폭탄 제조 전문가(신정근), 땅굴파기의 달인(고창석), 변장의 귀재(송종호), 잠수의 여왕(민효린) 등 흥미를 돋우는 캐릭터가 즐비하다. 최근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의 조선시대 번외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도둑질을 도모하며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과 대규모 폭발신, 컴퓨터 그래픽(CG) 처리된 서빙고의 대규모 얼음 등은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총 제작비 85억이라는 만만치 않은 자금이 투입, 블록버스터급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무게중심이 코미디로 다소 기울어 있다. 코미디 전문 차태현이 사극에 첫 도전이면서도 예의 예능감각을 폭발시킨다.

자신의 매력을 오롯이 뽐낸 차태현은 콧수염과 의복이 어색했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안성맞춤이다. 생각해보면 차태현은 멜로(‘연애소설, ‘파랑주의보 등)나 스포츠 감동 드라마(챔프) 등에도 출연했지만 그런 역할보다 해맑게, 또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모습이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배우 아닌가.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장면이 꽤 된다. 애드리브가 작렬하는 순간이 나오는데 웃음을 참을 길이 없다. 웃음기 넘치는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을 툭툭 건드리는데 반응이 올 수밖에 없다고 할까. 여기에 신정근과 고창석이 범상치 않은 외모로 매력을 더한다. 성동일도 특유의 애드리를 발사하고, 특별출연한 이문식 역시 웃음을 안겨준다. 몸에 착 달라붙는 ‘해녀 슈트로 몸매를 과시한 민효린까지. 감독의 배우 활용도가 탁월하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잡서적 읽기를 좋아하는 우의정의 서자 덕무(차태현)가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남경읍) 일행의 계략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좌의정이 얼음 독점권 획득에 방해가 되는 덕무의 아버지를 귀향보내기 위해 덕무에게 역신(逆臣)죄를 뒤집어씌운 것. 아울러 서빙고를 지키는 원리원칙주의자인 무사 동수(오지호)도 자객에 의해 기습을 당하고 얼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귀향 당한다. 이 역시 좌의정의 계략이다.
일련의 일들이 얼음 독점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덕무는 각 분야 최고 고수를 모아 복수를 위해 나선다. 앞에서 언급한 캐릭터뿐 아니라 좌의정의 행패에 고생했던 한양 최고의 돈줄(성동일), 아이디어 뱅크(천보근), 유언비어의 원조(김향기)도 힘을 합쳤다. 특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하는 김향기와 천진난만하지만 어른스러운 천보근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눈길을 끈다.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드림팀은 좌의정을 몰락시키기 위한 서빙고 털기를 진행하고, 어느새 거사가 이뤄질 찰나에 다다른다. 하지만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는 법. 과연 이들 앞에 나타난 방해물을 제거하고 얼음을 훔쳐낼 수 있을까.
전체적인 짜임새는 흥미롭다. 원인과 결과가 있는데 그 중간 과정 설명을 비교적 상세히 전해준다. 본격적인 작전이 펼쳐지고 위기상황이 올 때에도 긴장감을 준다. 코미디라는 장르임을 인지시키며 웃음도 잃어버리지 않으려 균형을 맞춘 점도 탁월하다.
아쉬운 건 차태현의 매력이 돋보이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면서, 다른 배우들이 그만큼 눈에 띄지 않아 단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모든 캐릭터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많다보니 의미 없어 보이는 캐릭터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감독은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다. 데뷔작이지만 많은 것을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웃음과 재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교훈을 주려한 점도 눈에 띈다. 121분. 12세 관람가. 8월9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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